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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인증서도 골라 쓰는 시대

다양해진 금융 인증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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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고 불편했던 공인인증서가 사라지고, 이제 인증서도 선택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연말정산에서도 본인에게 편한 인증서를 골라서 쓸 수 있다. 금융권을 비롯해 IT기업들도 인증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금융권도 점점 간편한 본인 인증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부애리(아시아경제 기자)

새마을금고, 모바일 운전면허증으로 실명확인 서비스 개시

새마을금고를 비롯한 9곳의 금융사가 참여한 ‘금융권 바이오인증 공항 연계 탑승 서비스’

공인인증서? 공동인증서? 뭣이 다른디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했던 ‘공인인증서’는 이제 사라졌다. 2020년 전자서명법 전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정하는 공인인증기관과 공인인증기관에서 발급하는 공인인증서 개념을 삭제하였다. 공인인증서와 사설인증서의 구별을 없애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공인인증서가 폐지됐다고 해서 정부기관과 금융기관에서 공인인증서를 안 쓰는 것은 아니다. 인증서 자체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 많은 인증서 가운데 ‘공인’이 없어진 것이다. 우리가 알던 번거로운 절차를 갖고 있는 공인인증서의 ‘공인’ 자격이 폐지되었다는 의미다. 법 개정 전에는 금융결제원, 코스콤, 한국정보인증, 한국전자인증, 한국무역정보통신, 이니텍 등 6곳의 공인된 기관에서 발행하는 인증서만 ‘공인’ 자격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개정안 통과 후에는 공인인증서와 민간인증서의 법적 지위가 동등해졌다.
공인인증서가 사라진 것은 복잡한 절차 때문에 많은 불편을 초래해 각종 논란이 많았기 때문이다. 공인인증서 폐지 논란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외 쇼핑객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 천송이가 입은 코트를 구매하려 했다가 액티브엑스(Active X)와 공인인증서 때문에 포기했다는 얘기가 논란이 돼 수년간 이어졌고, 1999년 도입된 공인인증서는 21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우리가 알던 공인인증서의 명칭은 지금은 ‘공동인증서’가 되었다. 여기에 공인인증서의 저장장치(USB, 스마트폰 등) 이동의 번거로움을 클라우드를 통해 해결한 ‘금융인증서’가 등장했다. ‘금융인증서’는 금융결제원과 은행권이 공동으로 실시하는 인증 서비스로, 은행이나 인터넷, 모바일뱅킹 인증센터 메뉴에서 인증서를 발급받고, 모바일뱅킹 등에서 이용한다.

모바일 운전면허증, 바이오정보 등 인증 서비스 다양화
인증서 시장에 활로가 생기면서, 금융권에서도 저마다 인증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지난달 창구에서 제공되는 금융업무 전반에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활용한 실명확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행정안전부의 모바일 신분증 앱을 통해 발급되는 디지털신분증으로 기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운전면허증과 법적 효력이 동일하다. 새마을금고는 3,200여 개에 달하는 전국 창구에서 실물 신분증 지참 없이 고객들이 편리하게 금융 업무를 볼 수 있도록, 모바일 운전면허증 실명확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비대면 채널을 통한 모바일 운전면허증 실명 확인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등록한 손바닥 정맥 정보(바이오 정보)로 국내 공항 탑승 수속도 가능해졌다. 금융결제원은 한국공항공사 및 9개 금융사와 함께 ‘금융권 바이오인증 공항연계 탑승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참여 금융사는 새마을금고, KB국민, NH농협, 신한, 우리, 하나, 대구은행, 농·축협, 신협 등이다.

연말정산할 때 어떤 인증서 쓸까
국세청도 민간인증서와 모바일 기능을 도입하면서 연말정산 절차를 간편하게 개선했다. 카카오, KB국민은행, NHN페이코, 한국정보인증(삼성 PASS), 패스(PASS), 네이버 등 민간인증서를 활용한 연말정산이 가능해졌다. 올해 1월 15일부터 31일까지 국세청 홈택스의 인증서 이용현황에 따르면 공동인증서·금융인증서의 사용은 81.1%로 여전히 비율이 높았지만 90%의 사용률에 달했던 2020년에 비해 감소하는 추세였다. 공동인증서 이용은 6,146만 건, 금융인증서 이용은 146만 건이었다. 민간인증서의 이용 비율은 약 20% 수준으로 증가했다.
현재 시장에는 여러 회사가 제공하는 민간인증서 서비스들이 존재한다. 이동통신 3사는 모바일 본인인증 서비스인 패스(PASS)로 간편인증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카카오 역시 인증사업에 뛰어들었다. 2017년 일찌감치 자회사 카카오페이를 통해 인증 사업에 뛰어든 카카오는 인증서, 신분증, 자격증 등을 카카오톡에서 보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인 ‘카카오톡 지갑’을 선보였다. 카카오 인증서로 국세청 홈택스, 정부24 로그인,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 등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네이버 역시 지난해 홈택스 간편인증 로그인 서비스에 합류해, 다양한 민간인증서들이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