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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MG

남한산성 꼭대기를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

경기 남한산성새마을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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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새마을금고는 전국 새마을금고 그 어느 곳과도 닮지 않은 독특함이 있다. 본점의 위치가 서울 근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인 남한산성의 꼭대기에 자리 잡고 있을 뿐 아니라 ‘사람이 곧 새마을금고이고, 새마을금고가 곧 사람’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범상치 않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회원 80%가 남한산성 인근에서 요식업에 종사하고 있어, 그들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소중한 이웃으로 함께하고 있는 남한산성새마을금고를 다녀와 보았다.

이경희 – 사진 임근재

경기 남한산성새마을금고 본점

꼬불꼬불 꽤 가파른 산길을 올라간다.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봄이나 알록달록한
단풍이 만개하는 가을의 주말이었다면
몰려든 인파로 도로를 주차장 삼아
몇 시간은 기다렸음직한 아름다운 풍광이다.

아름다운 남한산성에서 한옥 새마을금고를 만나다
꼬불꼬불 꽤 가파른 산길을 올라간다.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봄이나 알록달록한 단풍이 만개하는 가을의 주말이었다면 몰려든 인파로 도로를 주차장 삼아 몇 시간은 기다렸음직한 아름다운 풍광이다. 오늘 가는 곳은 남한산에 똬리를 틀고 있는 남한산성, 그 안에 자리잡고 있는 남한산성새마을금고다. 정겨운 기왓장을 머리에 이고 있는 마을에 들어서자 사방에서 맛있는 냄새가 풍겨온다. 남한산성에 온 사람들을 유혹하는 닭백숙, 오리백숙, 산채정식, 파전, 막걸리까지 없는 게 없다. 그리고 그 사이에 기왓장을 지붕으로 얹은 전통가옥의 남한산성새마을금고가 보인다. ‘이런 곳에 어떻게 새마을금고가 있지?’라고 의아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 남한산성새마을금고는 남한산성의 터줏대감으로 오랫동안 지역사회에서 인정받고 있다.
“남한산성새마을금고는 1986년 발기인 총회를 시작으로 그 역사가 시작됐습니다. 저희 아버지가 발기인이셨고 저는 직원들의 잦은 이탈로 고민하던 아버지의 설득 끝에 이곳 새마을금고에서 일하기 시작했어요. 그 시간이 어느덧 30년이 됐네요.”
작은 체구지만 강단 어린 분위기가 인상적인 김옥주 이사장이 설명한다. 남한산성새마을금고는 그때나 지금이나 규모가 큰 금고가 아니다. 입사는 했지만 재무재표가 무슨 뜻인지도 몰랐던 김옥주 이사장은 어린 딸을 등에 업고 가방을 맨 채 출납을 다녔고 인근 새마을금고를 찾아가 모르는 걸 물어보고, 외계어 같은 금융 단어들을 열심히 공부하며 금융전문인으로 성장했다.

남한산성의 유일한 금융기관이자 정겨운 이웃
남한산성이라는 동네 분위기상 금고 회원의 80%는 요식업에 종사한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관광지이기 때문에 규제도 엄격하여 신식 건물을 신축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남한산성새마을금고가 기와지붕을 얹은 전통미를 살린 한옥으로 지어진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곳에는 대를 이어 살며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소위 말하는 알부자들도 많다. 당연히 그들에게는 금고가 주요 거래처가 될 수밖에 없다.
과거에 농협과 우체국, 새마을금고가 공존했을 때 우체국은 국가기관이다 보니 가장 인기가 좋았고 그에 비해 새마을금고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유일하게 이 지역을 지키고 있는 금융기관으로 남은 지금, 남한산성새마을금고를 향한 주민들의 애정은 각별할 수밖에 없다. 자산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한때 퇴출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김 이사장이 여기저기 탄원서를 뿌리며 끝까지 버텨낸 것도 주민들에게 새마을금고가 어떤 의미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역민들에게 남한산성새마을금고는 절대적 존재다. 하나밖에 없는 금융기관이어서가 아니라 이토록 오랜 시간을 지역과 주민들을 위해 헌신한 곳이 없어서다.
“새마을금고 60평 중 35평은 마을 경로당과 회의실로 쓸 수 있도록 무상으로 내놓았고 불과 작년까지 우편취급소 업무를 15년이나 위탁해왔습니다. 올해 도저히 일을 할 직원을 구하지 못해 동네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며 일일이 양해를 구하고 눈물을 머금은 채 우편취급소 업무를 중단한 것이 안타깝습니다.”
진심으로 위하고 싶고 함께하고 싶은 우리 마을, 김옥주 이사장은 인터뷰 내내 남한산성을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경기 남한산성새마을금고 태전뉴타운지점

집의 곳간열쇠까지 맡길 정도의 깊은 신뢰
남한산성새마을금고의 사회공헌사업은 다른 금고와는 그 결이 사뭇 다르다. 수치로 드러나는 성과나 홍보가 아니라 말 그대로 진짜 마을 주민들을 위한 심부름꾼 역할을 자처해왔기 때문이다. 그 옛날, 금고에도 들르지 못할 정도로 바빴던 사장님들은 “어, 난데. 닭집에 100만 원만 부쳐줘”라는 주문을 예사롭게 했고, 김옥주 이사장은 밤이면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바빴다. 인근에 문방구나 대형마트가 없는 탓에 갑작스럽게 필요한 물건을 주문하는 회원들을 위해 출근길에 장을 봐서 일일이 배달한 적도 있다. 온 동네가 김 이사장에게 곳간 열쇠를 맡겨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었다. 이 같은 이사장의 태도는 직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직원들은 금고에 들어서는 어르신들을 마중 나가 부축하고, 인터넷뱅킹이 시작됐을 때는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설명하고 또 설명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김 이사장은 관광지에 버려진 유기견들까지 관리했다. 행여 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누를 끼칠까 다친 개, 출산한 개, 강아지들까지 거둬 주고 병을 치료해주면서 입양처를 구해줬다.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 아픈 아이들은 자신의 집에 데려가 지금도 5마리나 키우고 있다.
“어멈아”, “옥주야”, “혜림 엄마”… 이곳 어르신들은 김옥주 이사장을 저마다의 명칭으로 다정하게 부른다. 이사장 선거 때 한창 코로나19 중이라 다른 금고들처럼 정족수 미달로 부결될 거라는 모두의 걱정을 깨고 200명 가까운 회원들이 실내를 꽉 채워 김 이사장을 당선시킨 뒤 함께 울어준 것도 긴 세월을 이곳에 헌신한 김 이사장의 마음을 모두가 알아줬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성실히
남한산성새마을금고 본점은 직원 몇 명에 이사장 1명이 근무하는 정말 작은 곳이다.
그러나 성장을 향한 의지는 여타 다른 금고와 다를 바가 없다. 2014년에는 남한산성새마을금고 송정지점을 개소했고, 2021년에는 태전뉴타운지점을 열었다. 경기도 광주시에서 가장 핫한 지역으로 뜨고 있는 태전에 지점을 낸 것은 우상향 전진을 위한 남한산성새마을금고의 밑그림이다. 그리고 그 같은 행보에 발맞춰 2019년 총자산 543억 원을 넘었고, 2022년 현재 마침내 1천억 자산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금고를 운영하면서 제가 놓지 않는 것은 하나입니다. 여기를 직장으로 생각하지 않고 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직원들에게는 지시나 명령이 아닌, 대화와 설득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려고 했고요. 금고에 찾아오시는 분들을 우리집에 오신 귀한 손님이라고 생각하니 어찌 소홀히 대접하겠어요.”
또한 남한산성 고도에 자리잡고 있는 남한산성새마을금고는 그 자체로 ‘새마을금고 홍보’ 역할을 톡톡히 한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드나드는 이곳에 간판을 내걸고 있는 것만으로도 “어머, 여기에 새마을금고가 다 있네!”하는 감탄과 함께 관심을 받기 때문이다.
“앞으로 자산을 2천억 원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또 지금처럼 새마을금고의 존재감을 알리면서 이곳에서 지역민들과 더불어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빌려 언제나 고생하는 우리 직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꼭 전하고 싶어요.”
작지만 크고 강한 곳,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온전히 그 자리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는 남한산성새마을금고는 금고의 정신을 찬란하게 이어가고 있었다.

m i n i i n t e r v i e w

남한산성은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서울 근교에서 이만큼 공기 좋고 물 맑고 볼거리가 많은 곳도 드물 거예요. 남한산성 행궁, 만해기념관, 천주교남한산성순교성지 등 둘러볼 곳도 많고, 곳곳에 숨어 있는 유적지가 200여 개나 됩니다. 또 소나무 군립지로 유명한 이곳 산을 타고 정상에 올라가면 기가 막힌 야경도 볼 수 있지요. 남한산성 먹거리하면 오리나 닭백숙 등을 많이 떠올리시는데 저는 ‘효종갱’도 꼭 드셔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효종갱은 일종의 해장국으로 소갈비, 자연산 송이버섯, 해삼, 전복 등이 푸짐하게 들어가는데 밤새 끓인 이 해장국은 소달구지에 실려서 새벽마다 도성 안으로 배달을 갔다고 해요. 도성 안에 있는 양반들이 숙취 해소를 위해 찾았던 거죠. 코로나19로 인해 몇 년간 열리지 못했지만 매년 열려왔던 남한산성문화제에도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가 넘치니 꼭 한번 들러주세요. 오감만족 남한산성에 오시면 저희 금고에서 맛있는 커피도 대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