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Life · 한적한 그곳

소금꽃 반짝이는 가을 햇살 아래
고운 빛깔로 물든 세상

시흥 갯골생태공원

마치 환상적인 동화 속 세계에 들어선 듯, 마음이 설렌다. 선홍빛으로 곱게 물든 댑싸리와 솜사탕처럼 보드라운 핑크 뮬리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시흥 갯골생태공원이 선사하는 가을이다. 드넓은 서해에서 곡선을 그리며 흘러든 바닷물이 햇살과 선선한 바람 아래 반짝이는 소금꽃을 피워낼 무렵, 가을로 향하는 철새 무리 따라 대자연의 정원에 도착했다.

글. 오민영 사진. 안지섭

희귀한 사행성 내만 갯골을 품은 국가습지보호구역
해안가에 밀려온 염분을 가득 머금고 자란 염생식물 군락에 새로운 계절이 찾아왔다. 싱그럽던 잎마다 단풍이 내려앉는 가운데, 줄기 사이로 빼꼼히 고개를 내밀던 방게가 백로의 날갯짓이 드리운 그림자에 서둘러 파놓은 구멍 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공생과 먹이사슬이 씨줄 날줄처럼 교차하는 순간이 지나자 다시금 고요해진 갯벌은 내륙 깊숙이 스며든 해수로 유려한 고랑을 빚어낸다. 썰물 때를 틈타 완성한 작품은, 경기도에 유일할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희귀하다는 사행성 내만 갯골(구불거리는 모습이 뱀을 닮은 내륙의 갯고랑)로, 시흥의 자랑이다. 지난 2012년 2월 갯골생태공원이 생태학적 보전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배경이다.
2009년 시흥 갯골 조성사업을 통해 약 150만 6,500㎡(45만 5,714평) 규모로 조성한 생태공원은 2018년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무장애) 시설을 확충하면서 누구나 쉽고 즐겁게 여행할 수 있는 열린 관광지로 거듭났다. 따라서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명소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그 모태인 소래 염전에 깃든 역사는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강점기였던 1934년 일본이 가마솥에 끓여 만드는 자염보다 경제적인 천일염을 생산하기 위해 인근 일대를 처음 개발했다. 당시 조선인 염부를 착취해 만든 소금은 쌀 못지않은 인기 품목으로, 수인선과 경부선을 통해 부산항으로 옮겨진 다음 바다 건너로 실려 나갔다. 귀한 대접을 받는 만큼 행여 손 타지 않도록 삼엄하게 지킨 창고가 무려 40여 동에 달했다는데 1960년 초 국가 소유로 넘어갔다가 1996년에 공식적으로 생산을 멈추면서 결국 단 두 동이 남았다. 지금은 책곳간이나 소금창고 사진전 등을 선보이는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제 흘러간 시간은, 오래전 여기서 촬영한 영화 <엄마 없는 하늘 아래(1977)>에서 찾아볼 수 있을 따름이다. 한때 항구에 다다르는 궤도를 바삐 달렸던 가솔린 엔진 기관차인 가시렁차만 서글픈 억압의 시대를 증언한다.

눈꽃 같은 소금이 염전 위에 하나둘 피어나는 시간
지난날 소래염전에서 거둔 소금이 염부의 짜디짠 땀과 눈물을 상징했다면, 갯골생태공원이라는 이름 아래에서는 완연히 다르다. 유아와 어린이가 건강하게 어울려 놀고, 성인은 찜질을 즐길 수 있는 소금놀이터는 혈액순환, 면역력 강화, 아토피 치유 등에 탁월해 큰 호응을 얻었다. EBS <자이언트 펭TV>의 주인공 펭수가 시흥시 마스코트인 바다거북이 해로와 피로 해소를 위해 방문하는 에피소드로 널리 알려진 이곳은 아쉽게도 현재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잠시 쉬어가는 중이다.
한편, 천일염 만드는 과정을 알아보고 직접 참여하는 염전체험장에선 눈꽃 같은 결정체가 피어나고 있다. 바닷물은 열흘간 저장하는 제1증발지(난치지역)로 들어와 염도를 10도 늘리고, 제2증발지(난태지역)에 머무는 14일 동안 약 20도까지 증발을 거친 다음, 결정지역에서 해가 뜨거운 오후 3시경 소금으로 바뀐다. 만일 비가 오거나 구름이 낄 땐 염분을 다량 함유한 간수를 저장고인 해주에 뒀다가 날씨가 맑아지면 다시 작업을 재개할 수 있다.
생산 방식의 변천 역시 흥미로운데 1955년 이전엔 맨바닥이나 다름없는 토판(土板)에서 소금을 만들다가 1980년 초까지 항아리 조각으로 만든 옹패판이 쓰였고, 이후 요즘 볼 수 있는 타일판을 상용화하면서 한층 청결해졌다.

환상적인 댑싸리와 핑크 뮬리를 배경으로 인생 사진 한 컷
염전 구역을 벗어나 서해에서 들어오는 물줄기에 조금이나마 가까워지면 갯벌이 품어온 소중한 자원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특히 갯골생태학습장엔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인 모새달을 비롯해 나문재, 갈대, 갯개미취, 갯잔디, 천일사초, 칠면초, 해당화 등이 군락을 형성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또, 바다나 늪의 밑바닥에 사는 저서생물인 농게, 방게, 말뚝망둥어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작은 몸집을 가진 특성상 겁이 많고 스트레스받기 쉬우니 해당 구역을 지날 땐 되도록 조용한 분위기를 음미해보길 추천한다.
탁 트인 하늘이 인상적인 탐조대는 우리나라를 들르는 물새 40%가량이 찾아오는 장소로, 다양한 조류를 만날 수 있다. 이 가운데는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와 황조롱이가 포함해 있으며, 가을엔 도요새와 백로가 흔히 보인다.
자주색으로 익어가는 수크령과 억새가 흔들리는 길 너머엔, 전체 6층으로 이뤄진 흔들전망대가 높이 22m의 위용을 뽐낸다. 휘돌아 오르는 해풍을 연상케 하는 경사로는 각도가 완만해 편안히 오를 수 있으며 정상에선 생태공원 전역과 호조벌, 포동, 월곡동, 장곡동 등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봄에 하늘거리는 꽃비가 내리는 벚꽃터널은 가을이면 핑크 뮬리가 만발이다. 그 몽환적인 분위기에 심취하다 보니 칠면초, 나문재, 퉁퉁마디, 코스모스 등이 우리를 반기는 사구식물원에 금세 당도했다.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한 농게와 망둥어 조형물 앞에서 찍는 사진은 덤이다.
마지막으로 알록달록 댑싸리가 대지 위를 채우는 천이생태학습장에 이르러, 약 1시간의 여정이 막을 내렸다. 경이로운 생태계를 좀 더 느끼고 싶을 땐, 풀벌레 소리 들으며 밤하늘의 별을 감상하는 갯골캠핑장을 이용해보자.

갯골생태공원
위치 : 경기 시흥시 동서로 287
이용 시간 : 상시 개방(연중 무휴)
입장료 : 무료(캠핑장 등의 이용비는 별도)
연릭처 : 031-310-2342

Happy Life · 한적한 그곳

소금꽃 반짝이는 가을 햇살 아래
고운 빛깔로 물든 세상

시흥 갯골생태공원

마치 환상적인 동화 속 세계에 들어선 듯, 마음이 설렌다. 선홍빛으로 곱게 물든 댑싸리와 솜사탕처럼 보드라운 핑크 뮬리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시흥 갯골생태공원이 선사하는 가을이다. 드넓은 서해에서 곡선을 그리며 흘러든 바닷물이 햇살과 선선한 바람 아래 반짝이는 소금꽃을 피워낼 무렵, 가을로 향하는 철새 무리 따라 대자연의 정원에 도착했다.

글. 오민영 사진. 안지섭

희귀한 사행성 내만 갯골을 품은 국가습지보호구역
해안가에 밀려온 염분을 가득 머금고 자란 염생식물 군락에 새로운 계절이 찾아왔다. 싱그럽던 잎마다 단풍이 내려앉는 가운데, 줄기 사이로 빼꼼히 고개를 내밀던 방게가 백로의 날갯짓이 드리운 그림자에 서둘러 파놓은 구멍 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공생과 먹이사슬이 씨줄 날줄처럼 교차하는 순간이 지나자 다시금 고요해진 갯벌은 내륙 깊숙이 스며든 해수로 유려한 고랑을 빚어낸다. 썰물 때를 틈타 완성한 작품은, 경기도에 유일할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희귀하다는 사행성 내만 갯골(구불거리는 모습이 뱀을 닮은 내륙의 갯고랑)로, 시흥의 자랑이다. 지난 2012년 2월 갯골생태공원이 생태학적 보전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배경이다.
2009년 시흥 갯골 조성사업을 통해 약 150만 6,500㎡(45만 5,714평) 규모로 조성한 생태공원은 2018년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무장애) 시설을 확충하면서 누구나 쉽고 즐겁게 여행할 수 있는 열린 관광지로 거듭났다. 따라서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명소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그 모태인 소래 염전에 깃든 역사는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강점기였던 1934년 일본이 가마솥에 끓여 만드는 자염보다 경제적인 천일염을 생산하기 위해 인근 일대를 처음 개발했다. 당시 조선인 염부를 착취해 만든 소금은 쌀 못지않은 인기 품목으로, 수인선과 경부선을 통해 부산항으로 옮겨진 다음 바다 건너로 실려 나갔다. 귀한 대접을 받는 만큼 행여 손 타지 않도록 삼엄하게 지킨 창고가 무려 40여 동에 달했다는데 1960년 초 국가 소유로 넘어갔다가 1996년에 공식적으로 생산을 멈추면서 결국 단 두 동이 남았다. 지금은 책곳간이나 소금창고 사진전 등을 선보이는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제 흘러간 시간은, 오래전 여기서 촬영한 영화 <엄마 없는 하늘 아래(1977)>에서 찾아볼 수 있을 따름이다. 한때 항구에 다다르는 궤도를 바삐 달렸던 가솔린 엔진 기관차인 가시렁차만 서글픈 억압의 시대를 증언한다.

눈꽃 같은 소금이 염전 위에 하나둘 피어나는 시간
지난날 소래염전에서 거둔 소금이 염부의 짜디짠 땀과 눈물을 상징했다면, 갯골생태공원이라는 이름 아래에서는 완연히 다르다. 유아와 어린이가 건강하게 어울려 놀고, 성인은 찜질을 즐길 수 있는 소금놀이터는 혈액순환, 면역력 강화, 아토피 치유 등에 탁월해 큰 호응을 얻었다. EBS <자이언트 펭TV>의 주인공 펭수가 시흥시 마스코트인 바다거북이 해로와 피로 해소를 위해 방문하는 에피소드로 널리 알려진 이곳은 아쉽게도 현재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잠시 쉬어가는 중이다.
한편, 천일염 만드는 과정을 알아보고 직접 참여하는 염전체험장에선 눈꽃 같은 결정체가 피어나고 있다. 바닷물은 열흘간 저장하는 제1증발지(난치지역)로 들어와 염도를 10도 늘리고, 제2증발지(난태지역)에 머무는 14일 동안 약 20도까지 증발을 거친 다음, 결정지역에서 해가 뜨거운 오후 3시경 소금으로 바뀐다. 만일 비가 오거나 구름이 낄 땐 염분을 다량 함유한 간수를 저장고인 해주에 뒀다가 날씨가 맑아지면 다시 작업을 재개할 수 있다.
생산 방식의 변천 역시 흥미로운데 1955년 이전엔 맨바닥이나 다름없는 토판(土板)에서 소금을 만들다가 1980년 초까지 항아리 조각으로 만든 옹패판이 쓰였고, 이후 요즘 볼 수 있는 타일판을 상용화하면서 한층 청결해졌다.

환상적인 댑싸리와 핑크 뮬리를 배경으로 인생 사진 한 컷
염전 구역을 벗어나 서해에서 들어오는 물줄기에 조금이나마 가까워지면 갯벌이 품어온 소중한 자원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특히 갯골생태학습장엔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인 모새달을 비롯해 나문재, 갈대, 갯개미취, 갯잔디, 천일사초, 칠면초, 해당화 등이 군락을 형성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또, 바다나 늪의 밑바닥에 사는 저서생물인 농게, 방게, 말뚝망둥어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작은 몸집을 가진 특성상 겁이 많고 스트레스받기 쉬우니 해당 구역을 지날 땐 되도록 조용한 분위기를 음미해보길 추천한다.
탁 트인 하늘이 인상적인 탐조대는 우리나라를 들르는 물새 40%가량이 찾아오는 장소로, 다양한 조류를 만날 수 있다. 이 가운데는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와 황조롱이가 포함해 있으며, 가을엔 도요새와 백로가 흔히 보인다.
자주색으로 익어가는 수크령과 억새가 흔들리는 길 너머엔, 전체 6층으로 이뤄진 흔들전망대가 높이 22m의 위용을 뽐낸다. 휘돌아 오르는 해풍을 연상케 하는 경사로는 각도가 완만해 편안히 오를 수 있으며 정상에선 생태공원 전역과 호조벌, 포동, 월곡동, 장곡동 등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봄에 하늘거리는 꽃비가 내리는 벚꽃터널은 가을이면 핑크 뮬리가 만발이다. 그 몽환적인 분위기에 심취하다 보니 칠면초, 나문재, 퉁퉁마디, 코스모스 등이 우리를 반기는 사구식물원에 금세 당도했다.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한 농게와 망둥어 조형물 앞에서 찍는 사진은 덤이다.
마지막으로 알록달록 댑싸리가 대지 위를 채우는 천이생태학습장에 이르러, 약 1시간의 여정이 막을 내렸다. 경이로운 생태계를 좀 더 느끼고 싶을 땐, 풀벌레 소리 들으며 밤하늘의 별을 감상하는 갯골캠핑장을 이용해보자.

갯골생태공원
위치 : 경기 시흥시 동서로 287
이용 시간 : 상시 개방(연중 무휴)
입장료 : 무료(캠핑장 등의 이용비는 별도)
연릭처 : 031-310-2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