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 새겨듣기

느지막이 한글 배워 책까지 냈다!

만학도들의 감동과 위트 詩집&요리책

동생들 뒷바라지 하느라, 학교에 갈 돈이 없어서, 여자가 배우면 팔자가 세다고… 다양한 이유로 배움의 기회를 잡지 못했던 어르신들이 주름진 손에 연필을 쥐고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또박또박 눌러쓴 어르신들의 글은 가슴 찡한 감동과 재치 넘치는 위트가 담겨 있다. 문해교실에서 뒤늦게 한글을 배운 어르신들의 글로 발행된 책을 소개한다 (어르신들의 글은 교정 없이 저자의 글 그대로를 수록한다).

글. 편집실

칠곡 가시나들의 생기 넘치는 이야기
<오지게 재밌게 나이듦>

(김재환 저, 북하우스, 2020)

“고마 사는 기, 배우는 기 와이리 재밌노!” 경북 칠곡의 할머니들이 뒤늦게 한글을 배우면서 찾은 삶의 소소한 기쁨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의 못 다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저자 김재환 감독은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더 유쾌해진 8090 칠곡 할머니들의 생활을 생생한 에세이로 풀어냈다. 중간중간 삽입된 할머니들의 순수하고 담백한 시가 또 다른 감동을 전해준다.

3일 동안 모를 심어야 하는데
경로당에 공부한다고 도망왔다
우리 아들이 기가 막히단다
일이 밀려도 나는 간다, 공부하러

-김귀예, ‘우리 엄마가 변했어요’ 중에서-

고맙다 화투야
오백 원만 있으마 하루 종일 즐겁다
니가 영감보다 낫다

– 박금분, ‘화투’ 중에서-

집사람 하늘나라 떠난 뒤
캄캄해진 세상으로 같이 가고 싶었죠

용기 내어 나온 학교
글 배우고 공부하여
살겠다고 노력합니다

하늘나라 집사람이
매일 바람되고 빗물되어
나에게 용기내라 말합니다

-김종원, ‘하늘나라 집사람에게’ 중에서-

한글에 눈뜬 시인 100인의 희망 노래
<다시 만난 봄>

(전국 문해교실 100인 저, 책숲놀이터, 2021)

올해 10회를 맞은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 뽑힌 전국 문해교실의 어르신 학생 100인의 시화를 모아 엮은 책이다. 시 한 편 한 편에는 어르신들의 삶의 지혜, 오래 간직해온 그리움과 한, 그림처럼 그려지는 인생 서사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어르신들이 직접 쓰고 그린 시화작품 원본은 국가문해교육센터 홈페이지(le.or.kr)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할매들이 평생 해온 요리법 전수
<요리는 감이여>

(51명의 충청도 할매들 저, 창비, 2019)

충청도 할매들이 감으로 익혀 한평생 밥상에 올린 음식 요리법을 자신만의 방식대로 자유롭게 써내려간 요리책이다. 충청남도 교육청 평생교육과정에서 진행한 ‘세대 공감 인생 레시피’ 프로그램을 통해 할머니들은 한글을 배워 요리법을 쓰고 자원 봉사자들은 그림을 도와 한 권의 책을 완성했다. 레시피를 읽고 있으면,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음성 지원되는 것처럼 생생하다.

1. 찹쌀을 불려야지.
2. 햇밤으로 해야지 그래야 맛있지.
3. 불린 찹쌀을 방앗간에 가서 빻아 와야 혀.
4. 밤하고 대추하고 서리태하고 호박꼬지하고 쌀가루 하고 골고루 넣고 시루에 찌지.
5. 김이 모락모락 나면 콘오봉(큰 쟁반)에 뒤집어 엎어.
6. 쪼오끔 식은 다음에 손으로 좋아하는 밤을 빼먹는 재미도 좋지.
7. 네모지게 썰어 냉동고에 넣어 뒀다가 하나씩 꺼내 먹으면 아주 좋지.

-선우월광표 ‘밤버무리’ 레시피 중에서-

세월은 자꾸만 흘러간다
바람처럼 구름처럼 시지도 않고
흐르는 강물처럼 흐러만 간다

몸도 다리도 아프지 않는가 본다
세월아 너만 가거라
나는 너처럼 흘러가지 않으련다

-박연심, ‘흐르는 세월’ 중에서-

합이 500살 여섯 할매들의 詩방
<할매들은 시방>

(김기순 외 5인 저, 정한책방, 2020)

전남 장흥 땅에 황희영 인문활동가가 방문하면서 장흥 할머니들의 삶은 바뀌었다. ‘두근두근 내 생애 첫 시와 그림’ 프로젝트를 통해 처음으로 글도 배우고 시도 쓰고 그림을 그리게 된 할머니들. 배움에 대한 갈증을 씻어 내며 열정으로 써 내린 시와 그림이 모여 한 권의 책으로 나온 것이다. 시인 할머니들의 전라도 사투리와 손글씨가 그대로 녹아있어 더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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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지막이 한글 배워 책까지 냈다!

만학도들의 감동과 위트 詩집&요리책

동생들 뒷바라지 하느라, 학교에 갈 돈이 없어서, 여자가 배우면 팔자가 세다고… 다양한 이유로 배움의 기회를 잡지 못했던 어르신들이 주름진 손에 연필을 쥐고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또박또박 눌러쓴 어르신들의 글은 가슴 찡한 감동과 재치 넘치는 위트가 담겨 있다. 문해교실에서 뒤늦게 한글을 배운 어르신들의 글로 발행된 책을 소개한다 (어르신들의 글은 교정 없이 저자의 글 그대로를 수록한다).

글. 편집실

칠곡 가시나들의 생기 넘치는 이야기
<오지게 재밌게 나이듦>

(김재환 저, 북하우스, 2020)

“고마 사는 기, 배우는 기 와이리 재밌노!” 경북 칠곡의 할머니들이 뒤늦게 한글을 배우면서 찾은 삶의 소소한 기쁨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의 못 다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저자 김재환 감독은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더 유쾌해진 8090 칠곡 할머니들의 생활을 생생한 에세이로 풀어냈다. 중간중간 삽입된 할머니들의 순수하고 담백한 시가 또 다른 감동을 전해준다.

3일 동안 모를 심어야 하는데
경로당에 공부한다고 도망왔다
우리 아들이 기가 막히단다
일이 밀려도 나는 간다, 공부하러

-김귀예, ‘우리 엄마가 변했어요’ 중에서-

고맙다 화투야
오백 원만 있으마 하루 종일 즐겁다
니가 영감보다 낫다

– 박금분, ‘화투’ 중에서-

한글에 눈뜬 시인 100인의 희망 노래
<다시 만난 봄>

(전국 문해교실 100인 저, 책숲놀이터, 2021)

올해 10회를 맞은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 뽑힌 전국 문해교실의 어르신 학생 100인의 시화를 모아 엮은 책이다. 시 한 편 한 편에는 어르신들의 삶의 지혜, 오래 간직해온 그리움과 한, 그림처럼 그려지는 인생 서사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어르신들이 직접 쓰고 그린 시화작품 원본은 국가문해교육센터 홈페이지(le.or.kr)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집사람 하늘나라 떠난 뒤
캄캄해진 세상으로 같이 가고 싶었죠

용기 내어 나온 학교
글 배우고 공부하여
살겠다고 노력합니다

하늘나라 집사람이
매일 바람되고 빗물되어
나에게 용기내라 말합니다

-김종원, ‘하늘나라 집사람에게’ 중에서-

할매들이 평생 해온 요리법 전수
<요리는 감이여>

(51명의 충청도 할매들 저, 창비, 2019)

충청도 할매들이 감으로 익혀 한평생 밥상에 올린 음식 요리법을 자신만의 방식대로 자유롭게 써내려간 요리책이다. 충청남도 교육청 평생교육과정에서 진행한 ‘세대 공감 인생 레시피’ 프로그램을 통해 할머니들은 한글을 배워 요리법을 쓰고 자원 봉사자들은 그림을 도와 한 권의 책을 완성했다. 레시피를 읽고 있으면,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음성 지원되는 것처럼 생생하다.

1. 찹쌀을 불려야지.
2. 햇밤으로 해야지 그래야 맛있지.
3. 불린 찹쌀을 방앗간에 가서 빻아 와야 혀.
4. 밤하고 대추하고 서리태하고 호박꼬지하고 쌀가루 하고 골고루 넣고 시루에 찌지.
5. 김이 모락모락 나면 콘오봉(큰 쟁반)에 뒤집어 엎어.
6. 쪼오끔 식은 다음에 손으로 좋아하는 밤을 빼먹는 재미도 좋지.
7. 네모지게 썰어 냉동고에 넣어 뒀다가 하나씩 꺼내 먹으면 아주 좋지.

-선우월광표 ‘밤버무리’ 레시피 중에서-

합이 500살 여섯 할매들의 詩방
<할매들은 시방>

(김기순 외 5인 저, 정한책방, 2020)

전남 장흥 땅에 황희영 인문활동가가 방문하면서 장흥 할머니들의 삶은 바뀌었다. ‘두근두근 내 생애 첫 시와 그림’ 프로젝트를 통해 처음으로 글도 배우고 시도 쓰고 그림을 그리게 된 할머니들. 배움에 대한 갈증을 씻어 내며 열정으로 써 내린 시와 그림이 모여 한 권의 책으로 나온 것이다. 시인 할머니들의 전라도 사투리와 손글씨가 그대로 녹아있어 더 정겹다.

세월은 자꾸만 흘러간다
바람처럼 구름처럼 시지도 않고
흐르는 강물처럼 흐러만 간다

몸도 다리도 아프지 않는가 본다
세월아 너만 가거라
나는 너처럼 흘러가지 않으련다

-박연심, ‘흐르는 세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