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 새겨듣기

너도? 나도 그거 좋아하는데!
취향을 공유하는 소셜 살롱 다 모여라!

‘싫존주의’라는 신조어가 있다. 불만이나 선호하지 않는 취향을 당당히 밝히는 현상으로, 개인이 싫어하는 것까지도 존중해줘야 한다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팔로우가 9만8천여 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대표적일 것이다. 획일화가 아닌 다양성을 추구하는 요즘 시대에는 이처럼 개인의 취향을 가감 없이 표현하고,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공감하는 문화가 떠오르고 있다. 느슨한 관계를 기반으로 좋아하는 것을 교감하는 커뮤니티, 취향 소셜 살롱을 소개한다.

글. 편집실

지극히 사사로운 개인의 취향을 나누다, 문토

17~18세기 프랑스에서 성행했었던 살롱문화가 현대적으로 해석된 것이 바로 취향을 나누는 소모임 형식의 소셜 살롱이다. 그 대표 격으로 뽑히는 커뮤니티가 바로 취향이 통하는 사람들의 모임, ‘문토’다. 문토는 오프라인에 공간을 마련해서 건축, 시네마, 와인, 드로잉, 재즈 등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의 모임을 진행하며 알려졌다. 하지만 코로나 시국을 맞이하면서 온라인 모임을 확대했으며, 올 1월에는 애플리케이션까지 출시하면서 언택트 취향도 공유하고 있다. 문토는 자체적으로 글쓰기, 커리어 등의 카테고리에 따라 정기모임을 주최하기도 하지만, 회원이라면 누구나 주최자가 될 수 있는 소셜링 모임이 활발하다. ‘프로 예민러들의 대화’, ‘괜찮아 실천하기’, ‘MBTI 얘기하기’, ‘결정바보들의 모임’, ‘행복이란 무엇인지 토론하기’ 등 모임의 테마도 가지각색이다. 취향이 당기는 모임이 있다면 일시, 장소, 인원 등을 고려해 원하는 소셜링에 참여 신청을 하면 된다. 직접 원하는 테마를 올려서 모임을 주도해보는 것도 괜찮다.

넷플릭스를 매개로 대화하고 체험한다, 넷플연가

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이용자가 1,500만 명을 육박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중 이용자 910만 명의 넷플릭스는 개인의 취향을 저격하는 독점 콘텐츠들로 압도적인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많아진 이용자들은 단순히 집콕해서 넷플릭스를 보는 걸로 끝내지 않고, 함께 콘텐츠를 보거나 토론을 하기 위해 커뮤니티 ‘넷플연가’로 모였다. 넷플연가는 시즌제 멤버십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지난 시즌4를 기준으로 8개의 주제, 89개의 소모임을 열었다. Z세대가 좋아할 만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 <코렐라인: 비밀의 문>, <주토피아> 등을 보고 ‘라떼 탈출’에 도전해 보거나, 영화 <블루베리 나이츠>를 보고 영화 속에 등장하는 보랏빛 블루베리 파이를 만들어보기도 한다. 이러한 소모임들은 취향대로 골라서 참여하면 된다. <위대한 개츠비> 속 칵테일 만들기, <화양연화> 속 마작 배우기, <맘마미아> 속 프렌치 스타일 부케 만들기 등 간헐적으로 진행되는 이벤트도 흥미롭다.

책으로 사색하며 배움의 욕구를 채워간다, 아글레아블

책 속에는 무한한 세계가 존재하며, 새로운 배움을 득할 수 있다. 이처럼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 정보, 상상력, 창의성, 힐링, 감성 등을 공유하고 사유하기 위해 만든 독서모임이 ‘아글레아블’이다. 아글레아블은 2013년에 시작해 8년 동안 지속하고 있는 커뮤니티로 인문 · 과학 · 심리, 문학 · 에세이, 경영 · 경제 · 마케팅, 예술 · 음악 · 영화 등의 분야별로 온라인클럽과 오프라인클럽으로 진행되고 있다. 온라인클럽은 같은 책을 진도에 맞춰서 함께 읽으면서 카카오톡방 등을 통해 서로 인증하고, 다 읽은 후에는 Zoom, 구글폼 등을 이용해서 감상을 나눈다. 오프라인클럽은 원하는 책을 미리 읽은 후에 함께 모여 인물관계, 작품 배경 등 디테일한 관점으로 바라보면서 토론을 진행한다. 아글레아블은 인간관계에 치중하지 않고 오직 취향 공유에만 초점을 맞춘 블라인드 모임으로, 첫 대면에 자기소개를 하며 서로 알아가는 시간 없이 오직 책이라는 관심사에만 집중한다. 또한 혼자 읽다 보면 중도에 포기하기 쉬운 완독도 이 클럽을 통하면 어렵지 않다.

취향이 담긴 공간으로 초대하다, 남의집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집으로 초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커뮤니티 ‘남의집’은 이런 편견을 깨고 사적인 공간으로 낯선 이를 초대해 취향을 공유하고 있다. 이곳에 함께하는 부류는 크게 호스트인 취향제공자와 게스트인 취향여행자로 나뉜다. 취향제공자는 취향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취향 콘텐츠를 구성하여 장소, 일시, 내용 등을 공지한다. 그러면 취향여행자가 이 중 마음에 드는 곳을 선택해 낯선 집에서의 여행을 즐기는 것이다. 한강뷰 라이프 2년차 호스트는 게스트들에게 자신의 한강뷰 아파트를 공개하며 살고 싶은 동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또 미혼인 호스트는 싱글 하우스에서 따끈한 집밥을 대접하며 싱글들의 사는 이야기를 함께 나누기도 한다. 개인적인 집뿐만 아니라 와인바, 아로마테라피 공방, 피아노 교습소 등 호스트가 운영하는 작업 공간에서 취향을 체험할 수도 있다. 이처럼 결이 맞는 사람들끼리 같은 공간에서 취향을 나누는 일은 짧은 시간 설렘 가득한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