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Life · 2막을 Job아라

2막 1장, 나는 숲으로 갔다!
숲해설가

일에 지치거나 사람에 치이는 직장인들, 공부에 지친 학생들이나 재충전이 필요한 사람이 가고 싶은 곳이 어디일까. 망설이지 않고 숲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곳에서는 마음껏 심호흡하며 힘든 것들을 걸러낼 수 있다. 숲해설가는 숲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숲이 주는 위로와 다독임을 전하는 직업이기도 하다.

글. 허순애(숲해설가, 수필가)

은퇴 후의 상실감을 안아준 숲과의 인연
2014년, 61세가 된 필자는 그동안 쉰다는 것을 모르고 살았다. 사업을 정리하고 나니 하루아침에 모든 시간들이 헐렁해졌다. 느슨해진 시간이 영 낯설었다. 한동안 허전함으로 중심을 못 잡고 비틀거렸다. 손안에 가득 찼던 것을 삽시간에 놓쳐버린 것처럼 상실감이 컸고 우울했다. 그러다가 찾은 곳이 숲이었다. 숲은 거리낌 없이 안아주었고, 더없이 포근했다.
그 후 시간이 날 때마다 숲을 찾았고 숲에서 서성였다. 숲에 있는 시간을 즐겼고 숲이 주는 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어루만졌다. 그동안 힘들게 살아온 시간들을 그곳에서 위로받고 있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숲이 알아서 다독여주었고, 숲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어 지인의 추천으로 (사)한국숲해설가협회 문을 두드렸다. 아카데미 과정을 통해 숲과 좀 더 친해졌고, 내친김에 숲해설가 전문과정까지 수료하고 자격증을 취득했다. 필자가 숲해설가를 시작하게 된 계기다.

숲에 관한 전문지식을 제공하는 전문가
숲해설가는 산림과 숲에 관한 전문지식을 제공하는 전문가이다. 숲에 관한 문화, 교육, 역사 등에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으며, 숲을 찾은 이들에게 산림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고 숲을 해설·지도·교육한다. 산림청은 1999년부터 국립수목원, 국립자연휴양림 등에서 숲해설가 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공식적으로는 2009년부터 330명이 ‘숲해설가’라는 국가자격증 취득을 시작했다. 숲해설가는 관련 의뢰가 들어오면 숲해설을 위해 현장 사전답사를 하고 대상자들을 위해 숲해설이 포함된 숲체험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숲해설가 중에는 신중년이 많은데, 그 이유는 다양한 사회경험과 연륜을 바탕으로 여유와 위트, 유머를 겸비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에게는 부모와 같은 역할을, 청소년들에게는 선배와 같은 역할을, 동년배들에게는 친구와 같은 역할이 가능하다. 자신이 겪었던 일들과 숲해설가로서의 전문성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유연하게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숲해설가가 되기 위해서는?
숲해설가가 되기 위해서는 국가자격증(산림청 인정) 취득을 위한 교육에 참가해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여러 과목들을 공부해야 한다. 대략 4~5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리고(양성 교육기관마다 다름) 교육과정 중에 30시간의 실습(실제 숲해설 현장에서 보조강사 활동 및 교육 지도받기)도 필수다. 즉, 산림교육법 필수교육시간(140시간 이상)은 반드시 이수해야 하고, 교육실습 30시간, 이론 평가와 시연 평가를 각각 통과하면 최종적으로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숲해설가 양성기관은 전국적으로 약 31개 기관이 있다. 교육 일정 및 연간 교육 횟수는 각 양성 교육기관마다 다르므로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숲해설가 국가자격증을 취득하고 나면, 활동할 수 있는 범위는 넓다. 숲해설 및 숲체험 활동 지도, 숲해설 프로그램의 개발, 숲해설 자원의 모니터링, 숲해설 코스 개발, 유치원·초등학교·소외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숲해설 서비스 활동 등 자연휴양림, 수목원, 국민의 숲, 도시공원 등에서 활동한다. 또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수목원, 휴양림, 공원 등지에서 이용객들을 숲해설과 함께 안내해주는 역할은 물론 초등학교, 유치원생들의 야외활동에 강사로서 참여할 수 있다.

경이로운 세계, 숲에서 시작하는 인생 이모작
숲은 자연의 언어로 사람을 연결해주는 가교자 역할을 해왔다. 멀고도 가까운 숲, 숲의 위기는 문화의 위기이자 인간의 위기이다. 교육 중 한 교수님은 “전 세계의 숲 가운데 1/4~1/5 정도만이 온전하며 앞으로 20년 안에 그중 40%가 사라질 것이다”라고 하였다. 서독의 초대 대통령인 테오도르 호이스(Theodor Heuss)는 ‘숲에는 무궁무진한 경이로운 세계가 숨어있다’고도 말했다.
숲이 위기를 맞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산림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필자는 문턱 없는 숲에서 많은 걸 깨달았고 다양한 경험을 했다. 특히 코로나19로 혼란스러운 요즘, 숲과 더 가까이할 필요성을 느낀다. 그리고 초고령화 시대로 접어든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정년퇴직 후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하시는 분들께 경이로운 세상의 보고인 숲속에서 인생 이모작을 꿈꿔 보시라고 적극 추천하고 싶다.

숲해설가 중에는 신중년이 많은데, 자신이 겪었던 일들과 숲해설가로서의 전문성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유연하게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