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경희 사진. 임근재

섬세함을 요하는 라탄 소품 만들기
대구광역시 달서구에 위치한 라탄공예 공방에 들어서자 기분이 한껏 좋아진다. 무더운 날씨를 잊게 하는 청량함이 공방 안에 가득한 덕분이다. 오늘 찾아온 손님들 역시 마찬가지다. 새북구새마을금고의 홍은주 대리와 남편 박기철 씨, 서대구새마을금고의 곽윤은 주임과 이웃 언니 이경남 씨도 공방 안에 전시된 다양한 라탄 공예 작품을 둘러보면서 이것저것 묻기에 여념이 없다. 네 사람 모두 라탄 공예에 도전해 보는 것은 처음! 매장에서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라탄 소품들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본다는 사실에 네 사람 모두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체험은 2명씩나눠서 분리된 공간에서 이뤄졌다). 오늘 이들이 선택한 라탄 소품들은 제각각 다르다. 곽윤은 주임과 이경남 씨는 귀여운 라탄 스탠드, 홍은주 대리는 라탄 트레이, 박기철 씨는 라탄 벽시계를 선택했다.
일단 테이블에 놓인 재료들부터 예사롭지 않다. 커다란 그릇에 담긴 물, 동그랗게 말린 라탄 줄기들, 송곳, 분무기 그리고 수월한 체험이 가능하도록 밑작업이 된 라탄 공예용 합판과 스탠드용 동그란 바디 등이 테이블을 가득 메우고 있다.
“라탄은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야자과의 덩굴 식물이에요. 말랐을 때는 단단하지만 물에 젖으면 유연해지는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말로는 등공예, 영어로는 라탄이라고 해요. 작업을 할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계속 줄기에 분무를 해줘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야 마찰로 인한 거스러미도 덜하고 손도 덜 아파요.”
오늘 강의를 맡은 이수진 강사가 꼼꼼히 설명을 해준다. 이제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가 볼 차례다. 사전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라 모두가 그 모양을 보면서 감을 잡는다. 왼손으로 고정하고 오른손으로 줄기를 위아래로 넣으면서 엮으라는 강사의 시범 뒤에 스탠드, 벽시계, 트레이를 만들기 위한 모두의 손길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라탄 공예는 느슨해지거나 간격이 뒤틀리지 않게 잘 잡아주면서 하는 게 포인트”라며, 이수진 강사가 부지런히 오고 가면서 직원들에 조언과 도움을 준다.

놀라운 몰입과 집중력으로 완성해낸 멋진 라탄 작품들
“경남 언니와는 바다수영대회에 나갔다가 처음 만났어요. 알고 보니 같은 대구 사람인데다가 바로 이웃에 살아서 밥 먹고 놀러 다니면서 빠르게 친해졌지요. 사실 사보 촬영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데 언니가 뭔가를 만드는 걸 좋아하는 터라 오늘 원데이클래스에 기꺼이 참석해줘서 고마워요.”
곽윤은 주임이 활짝 미소를 짓는다.
조용하고 빠르게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는 홍은주 대리 부부를 지켜보는 즐거움도 크다. 특히 남편 박기철 씨의 솜씨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는데 가만히 앉아서 손으로 조물조물 하며 몰입하는 모습에 같이 집중하게 된다. 강사의 가르침을 듣는 말귀도 밝고 힘까지 좋아 촘촘하면서 예쁜 벽시계 테두리 모양이 너무나 멋지게 완성되어 간다.
“평소에는 야구를 보거나 수영을 취미로 즐겨요. 취미든 뭐든 일단 시작하면 끝까지 해내는 스타일이라 라탄 공예도 완벽하게 만들고 싶어요”라는 남편의 말에 홍은주 대리가 “남편은 집중력이 굉장히 좋아요”라며 작은 자랑을 보탠다. 작년 겨울에 코로나19를 뚫고 극적으로 결혼한 신혼부부이지만 한창 재미있을 신혼에 외출을 거의 못 한 채 집에만 있었던 아쉬움을, 지금 이 순간 두 사람의 행복으로 비눗방울처럼 팡팡 터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