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Life · 경제&재테크

“고객님, 제가 그리로 갈게요!”
움직이는 금융 영업점의 시대

“고객님 어서 오세요” 앞으로 금융기관에서 이런 인사는 듣기 어렵게 될지도 모른다. “번호표 뽑고 기다리세요” 이런 표현도 사라질 수 있다. “딩동” 앞으로 이런 효과음은 ‘엿장수의 가윗소리’ 취급을 받게 될지도… 코로나19 이후 금융기관 영업점 방문이 줄어들면서 태블릿 브랜치(이동형 영업점)가 금융기관의 새로운 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찾아가는 금융 서비스’의 확대로 금융환경의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글. 천동환(신아일보 경제부 차장)

금융권, 태풍급 변화의 바람
금융권에 부는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잔잔한 봄바람이 불어오나 싶더니 코로나19라는 역대급 태풍이 불어와 금융환경을 급속도로 바꿔놓고 있다.
금융 서비스의 대명사인 친절한 행원을 만날 일이 점점 줄어든다. 금융기관 영업점은 “금융 업무 보러 오세요”라는 말 대신 “더위 식히러 오세요”라는 홍보 문구를 내걸기도 한다. 번호표를 뽑고 앉아 ‘딩동’ 소리가 들릴 때마다 고개를 들었다 숙이기를 반복하던 시대는 머지않아 사라질 수도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 은행 점포 운영현황’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국내 은행 점포수는 총 6,405개로 전년 말 6,709개에서 304개 줄었다. 2018년 23개, 2019년 57개던 ‘사라진 점포수’는 코로나19 사태가 몰아친 지난해에 전년 대비 5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은행 업무를 보는 자신의 모습이 20년 전과 10년 전, 그리고 지금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생각하면 문 닫는 은행 영업점이 늘어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없어지는 건 ‘불편함과 시간 낭비’
영업점이 사라지면 대면 업무에 불편이 발생하지 않을까? 웬만한 금융서비스는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수 있지만, 직원을 직접 만나 처리해야 할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나? 스마트기기 이용에 익숙지 않은 고령자나 장애인은 금융서비스에서 소외되는 것 아닌가?
변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불편이 발생할 수 있지만,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금융 변화의 초점 자체가 불필요한 영업점을 없애는 데 있지 않고, 소비자의 불편과 시간 소모를 줄이는 데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기관들은 앞으로 영업점을 대체할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기존에 제공하던 모바일 서비스의 범위를 확장하고, 인증 방법을 간편화하는 등 고객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영업점을 찾지 않아도 될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금융업무 처리 기능이 탑재된 태블릿 PC를 들고 직원이 고객을 직접 찾아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태블릿 브랜치’도 고도화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제2금융권도 예외가 아니다. 대표적으로 새마을금고는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2025년 비전의 핵심 키워드로 ‘스마트’를 정했다. 최근 고도화 프로젝트를 완수하고 오픈한 ‘차세대 고객지원센터’는 보이는 ARS를 비롯해 채팅 상담, 실시간 음성-문자 변환, 텍스트 분석 등의 기능을 바탕으로 고령자와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고객에게 한층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은 올해 경영계획을 얘기하는 언론 인터뷰에서 “태블릿 브랜치, AI(인공지능) 기반 상담 서비스 도입 등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맞는 금융환경을 구축해 회원 서비스 질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얼굴이 밥 먹여주는 금융
그렇다면 미래 디지털 금융은 어떤 모습일까?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 서비스 공간이 영업점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한다는 큰 흐름 속에 이뤄지는 세부적인 갈래는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경험하게 될 금융서비스들이 공식적으로 육성되는 영역이 있다.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다. 규제 예외를 적용하는 혁신금융서비스는 단돈 1만 원으로 해외 우량주에 분산투자를 하거나 은행에서 신분증 없이 실명 확인을 받고, 얼굴 인식으로 물건값 결제가 가능한 시대를 만들어 가고 있다.
금융의 디지털화는 단순히 재화를 모으고 거래하는 영역을 넘어 우리 삶 곳곳에 아주 세분된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다.
미래학자 제이슨 솅커는 그의 책 《금융의 미래》에서 “핀테크가 시대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변화를 이끄는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저비용으로 사람들이 금융 서비스 환경에 편리하게 접근하도록 돕는다”며, “금융 미래의 모든 대안 가운데 핀테크가 가장 유력하다”고 주장했다.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이 결합된 핀테크가 금융의 미래를 얼마나 더 편리하게 바꿀지 기대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