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 for You · MG 원데이클래스

내가 만든 안경으로 보는 아주 특별한 세상

서용인새마을금고 이지선 계장 · 수원중앙새마을금고 김아린 대리
&
한강새마을금고 박진수 계장 · 한강새마을금고 이두레 계장

삶은 때론 예기치 않은 도전에서 그 의미를 발견할 때가 있다. 이번에 원데이클래스로 도전한 핸드메이드 안경 만들기가 바로 그러했다. DIY가 유행이라지만 안경만큼은 안경점에 가서 사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이들. 그래서 더 즐거웠고 놀라웠던 이들의 새로운 배움을 공개한다.

글. 이경희 사진. 안지섭

생애 첫 도전! 내 손으로 안경 만들기
2050년이 되면 근시로 안경을 쓰는 인구가 지구 전체의 절반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올 만큼 안경은 현대인들에게 일상의 동반자가 되었다. 하지만 안경을 직접 만든다는 생각을 한 인물은 몇이나 될까? 오늘 모인 네 명의 직원들도 기대보다는 호기심을 더 크게 품고 왔다고 고백했다.
안경을 제대로 만들자고 작정하면 꽤 오랜 시간과 기술이 요하기 때문에 안경공방 필드데이지의 이승종 대표에게 도움의 손길을 받을 예정이다. 비슷한 일상을 반복하는 직장인들에게 새로운 배움이란 분명히 신선한 즐거움일 터, 거기에 동료들과 함께할 시간이기에 모두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카키색 앞치마를 두르고 작업 테이블 앞에 착석했다. 테이블에는 각자가 미리 골라둔 고급스러워 보이는 안경테와 다리가 분리된 채 놓여있다.
“오늘 만들 안경은 아세테이트 소재입니다. 아세테이트는 나무에서 추출되는 천연소재로 사람이 손으로 일일이 깎아내야 해요. 그래서 시중 가격이 높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아세테이트 소재의 안경은 1950년대부터 사용했는데 지금도 그 디자인이 빈티지 안경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만들 안경도 클래식한 아름다움으로 사랑 받고 있는 디자인이죠.”

사랑하는 동료와 함께해 더 행복한 시간
안경은 다 비슷하겠거니 생각한 직원들 모두가 신기한 듯 자신 앞에 놓인 안경을 요모조모 둘러본다. 안경을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순서는 ‘줄’을 이용해 안경테를 매끈하게 깎아주는 것이다. 코팅된 앞뒤 면을 다듬고 문질러 벗겨내야 광이 올라오기 때문에 수제 안경을 만들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코스다.
평소 안경과 렌즈를 번갈아 쓰는 이지선 계장과 김아린 대리가 자신들이 고른 안경테를 조심스럽게 잡고 줄을 이용해 조심스럽게 문지르기 시작했다. 박진수 계장과 이두레 계장도 열심히 안경테를 문지른다. 아무래도 힘 차이가 있다 보니 남자들이 갈아내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이지선 계장과 김아린 대리가 “제대로 벗겨내고 있는지” 정답게 머리를 맞대고 의논한다. 서로에게 어찌나 살갑고 다정한지 친자매 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근무처가 다른 저희가 처음 만난 건 지인의 소개 덕분이었어요. 저희를 아는 지인이 두 사람이 성격도 성향도 비슷한 구석이 많은데 한번 만나볼래? 하시더라고요.”
통상 남녀 소개팅 주선자가 할 법한 권유였지만 이지선 계장과 김아린 대리는 망설임 없이 식사 자리에 나갔고 관심사도 취미도 너무도 비슷해 빛의 속도로 가까워졌다.
“아린이는 처음부터 굉장히 싹싹했어요. 코로나19 때문에 외출을 못하는 저희 가족을 위해서 집으로 오일크레파스 세트도 보내주고 친동생처럼 살뜰하게 챙겨주더라고요.”
이지선 계장의 말에 김아린 대리도 화답한다.
“언니와는 처음부터 전혀 어색함이 없었어요. 성품이 정말 좋은 착한 언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업무적으로도 조언을 많이 듣고 있고요. 애기들도 귀엽고 형부도 잘 챙겨주세요.”
박진수 계장과 이두레 계장의 인연도 만만치 않다. 바로 옆자리에서 근무하는 짝꿍이자 동료, 선후배로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고 있다.
“두레 씨는 굉장히 일을 잘하고, 유머 감각이 있어서 회원들이 굉장히 좋아해요.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는 터라 대화도 많이 하고 업무적으로 협력하면서 잘 지내고 있어요.”
토요일 오후, 맨정신으로 속내를 이야기하는 걸 쑥스러워하는 박진수 계장의 모습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린다.
“진수 선배는 제가 일적으로 도움을 가장 많이 받는 사수입니다. 업무적으로는 물론, 다방면으로 지식이 깊고 해박해요. 배울 점이 정말 많은 좋은 분이죠.”
오고 가는 흐드러진 덕담 속에서 웃음꽃이 쉴 새 없이 피어난다. 어느새 줄 작업이 끝나고 이제부터 샌딩 페이퍼, 흔히 말하는 사포질을 할 차례이다. 안경테와 다리의 표면을 매끈하게 하는 이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광을 낼 수 있고 안경의 태가 살아난다.

나만의 안경, 우리의 행복
샌딩 페이퍼 과정까지 마치자 이승종 대표가 나선다. 안경의 형태를 잡을 순서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둘러서 시연하는 작업을 꼼꼼히 들여다본다. 리벳은 프레임 정면의 금속 장식을 고정한 것으로 프레임과 템플(다리)의 이음매 역할을 한다. 안경에서 리벳의 결합은 구멍 가운데 심을 넣고 넓게 펴서 양옆을 고정시키는 정밀한 작업이다.
모두가 가장 신기해한 작업은 안경에 미세하게 커브를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안경에 적절한 열을 가해 커브를 만드는 과정을 모두가 놀라워한다. 오래도록 안경을 써왔지만 안경에 커브가 들어간다는 것을 모두가 몰랐다는 것이다.
2시간에 가까운 작업 끝에 드디어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안경이 완성됐다. <어린 왕자>의 여우처럼 모두가 자신이 길들인 안경을 바라보는 눈빛이 애틋하고 행복하기 그지없다.
“작업을 해보니까 생각보다 너무 재밌었어요. 안경에 대한 새로운 정보도 알게 됐고 아린이와 함께 배워서 더욱 행복했어요. 체험의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안경은 보통 완제품을 사는데, 직접 만들어볼 수 있어서 의미 있었어요. 저 역시 언니와 함께 소중한 추억을 쌓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안경은 특별히 어머니께 선물하고 싶어요.”
이지선 계장과 김아린 대리의 소감을 박진수 계장과 이두레 계장이 이어받는다.
“게으름을 부리며 보낼 뻔한 주말에 이렇게 나와서 이두레 계장과 함께 시간을 보내서 좋았습니다. 안경 제작과정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된 것도 의미가 있었고요. 이 안경을 누구한테 선물할지 고민해 보겠습니다.”
“안경은 눈을 위한 도구라고만 생각했는데 왜 수제안경이 비싸고 가치가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어요. 제가 선택한 안경이 패셔너블해서 나들이용으로 과감하게 써보려고 합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아마도 나의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 안경으로 보는 세상은 좀 더 아름답고 특별할 것이다. 사랑하는 동료와의 관계처럼 말이다.

2시간에 가까운 작업 끝에 드디어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안경이
완성됐다. <어린 왕자>의 여우처럼
모두가 자신이 길들인 안경을 바라보는
눈빛이 애틋하고 행복하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