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Life · 경제&재테크
누구나 타는 자동차보다 가치 있는 내 운동화
전 국민 재테크 시대, ‘희소성’을 사고팔다
같은 값이면 자동차보다 운동화를 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희소성’이라는 가치가 부여되면 부르는 게 값이 되는 시장이 있다. 20만 원짜리 중고 신발을 1,000만 원에 내놓는 이상한 거래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희소성이 있는 곳에 재테크가 있다.
글. 천동환(신아일보 경제부 차장)
기본 원리만 적용하면 무궁무진한 재테크
바야흐로 전 국민 재테크 시대다. 재테크는 ‘재무(財務) 테크놀로지(technology)’, 즉 자산을 불리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크게 두 가지 원리로 작동한다. 한 가지 원리는 누군가에게 내 자산을 빌려주고, 대여료를 받는 거다. 은행 예적금을 통해 이자 수익을 올리거나 부동산을 활용해 임대 수익을 얻는 게 여기에 속한다. 또 다른 원리는 자산을 내가 취득한 가격보다 비싸게 팔아 차익을 남기는 것이다. 주식이나 부동산, 가상자산을 사고파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빌려준 값을 받거나 더 비싸게 판다’ 이 두 가지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면 재테크 영역은 주식과 부동산을 넘어 무궁무진하게 확장한다. 스니커테크(스니커즈 재테크), 아트테크(미술품 재테크), 레테크(레고 재테크) 등 다양한 재테크가 자산 증식 수단으로 활용된다.
20만 원짜리 신발을 1,000만 원에도 판다고?
대표적으로 스니커테크는 스니커즈(sneakers)를 구매해 비싸게, 아니 많이 비싸게 파는 재테크다. 스니커즈는 ‘바닥이 고무로 된 운동용 신발’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재테크 시장에서는 그냥 ‘한정판 운동화’라고 해두자.
스니커테크는 워낙 핫한 사회현상이라 재미있는 일화도 많다. 가수 지드래곤(GD)과 나이키 간 협업은 우리나라 운동화 재테크 시장을 설명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한다. 한국 최정상급 가수이자 패션 아이콘인 GD와 세계 최정상급 운동화 회사면서 패션 감각까지 갖춘 나이키가 만나 2019년 11월 탄생한 출시가 21만9,000원 신발의 중고시장 거래 가격이 한때 1,000만 원까지 치솟기도 했다는 내용이다. 경차 ‘모닝’의 스탠다드 가격이 1,195만 원이다. 물론, 누군가는 “자동차 따위와 비교할 운동화가 아니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스니커테크는 일종의 사회·문화적 현상과 신발 회사의 판매전략으로 접근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기반은 ‘희소성’에 있다. 희소성이 크면 수요자보다 공급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힘의 균형이 맞춰진다. 한정판 상품에 대한 소유 목적 수요와 재테크 수요가 겹치면서 가격이 수십 배씩 뛰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소장 욕구가 불러일으킨 ‘부르는 게 값’
소유 수요와 재테크 수요 모두 상품값에 관대하다. 소유 수요에는 가격 합리성을 넘어선 소장·수집 욕구가 작용하고 재테크 수요에는 ‘더 비싸게 팔면 된다’는 계산이 작용한다. 1990년대 후반 포켓몬스터빵을 사기 위해 학교 매점을 쉴 새 없이 오갔던 친구들 중 몇몇은 빵 봉지 안에 든 포켓몬 캐릭터 스티커만 모으고, 빵은 그냥 버리기도 했다. 수집 욕구는 먹지 않고 버릴 빵을 돈 주고 사게 할 만큼 강력하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다 쓰러져 가는 서울 강남 소형 아파트값이 첨단 스마트 기술을 탑재한 수도권 신도시 새 아파트 값의 몇 배에 달하기도 한다. 재테크 수요의 힘을 잘 보여주는 현상인데, ‘강남은 반드시 오른다’는 투자자들의 강한 믿음은 ‘강남불패(不敗)’라는 표현까지 만들었다. 정부가 강남불패를 강남필패(必敗)로 바꾼다는 각오로 집값 잡기에 애쓰고 있지만 ‘더 비싸게 판다’는 시장의 기본 생리를 이겨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모든 투자에는 리스크가 존재
다시 운동화 얘기로 돌아와서 스니커테크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다. 첫 번째 방법은 판매사로부터 새 제품을 출시가에 사는 것이다. 나이키는 공식 홈페이지 SNKRS 메뉴를 통해 신제품 출시 날짜와 시각을 공개한다. 일반적으로는 선착순으로 판매하지만, 희소성이 크거나 수요가 많은 제품에 대해서는 추첨을 통해 구매 기회를 제공한다. 제품에 따라서는 구매 경쟁이 치열해, 한 네티즌은 자신의 블로그에 나이키 SNKRS 이용 방법을 설명하면서 ‘최근 3년간 한정판 구매에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고 적기도 했다. 주식 시장에서의 신규 상장 공모주 청약과 비슷한 상황이 스니커테크 시장에서 연출되고 있다.
두 번째 방법은 각종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재판매(리셀) 상품을 사는 것이다. 재테크 측면에서 봤을 때 출시가로 신상품을 샀을 때보다 수익성이 낮은 게 보통이다. 재판매 가격은 주가 그래프가 오르락내리락 하듯이 변동성을 가진다. 이 변동성이 가져오는 차익을 얻거나 장기적인 가치 상승을 기대하면서 매입을 결정하게 된다.
출시 초기 재판매 호가가 1,000만 원까지 치솟았던 GD·나이키 콜라보 상품 ‘나이키×피스마이너스원 에어포스 1 로우 파라노이즈 빨간 로고’는 현재 한 직거래 플랫폼에 255만 원에 올라와 있을 정도로 가격이 떨어졌다. 매력적이게만 보이는 스니커테크지만 모든 투자에는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