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 for You · 골목식당

국경 없는 마을에서 펼쳐지는
세계인의 먹거리 장터

안산 다문화음식거리

해외여행을 쉽사리 떠날 수 없는 요즘,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충분히 이국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주변에 형성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외국인 밀집지역이 된 ‘안산’이 그 주인공이다. 한국 속 외국인지, 외국 속 한국인지 헷갈릴 정도로 외국 상점과 식당이 즐비하는 다문화음식거리에서 평소에는 접하기 어려운 ‘진짜’ 외국 음식을 맛보자.

글. 백혜린 사진. 안지섭

고향을 떠나온 이들의 정착지, 안산
안산역에 내려 다문화음식거리에 발을 디디는 순간, 순식간에 한국이 아닌 어느 동남아시아의 시장으로 옮겨온 듯한 느낌이 든다. 상점의 간판에 적혀있는 것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들리는 가지각색의 외국어들, 좌판에 놓인 이국적인 음식들까지, 그동안 잠시 접어두었던 새로운 것들을 향한 호기심이 불쑥 찾아온다. 한국임에도 오히려 한국인을 더 찾아볼 수 없는 이 거리에는 중국, 러시아, 베트남, 인도,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안은 채 살아가고 있다. 그중 가장 두드러지는 국적이라 하면 중국인데, 최근 들어서 러시아인의 비율이 높아졌지만 그래도 오래 전부터 거주해 온 중국인의 수를 넘을 수는 없다. 다문화음식거리 주변에서 ‘금화반점’을 운영하는 박금화 대표 또한 20여 년 전 중국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사례로, 이제는 한국인으로 귀화해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둘째 언니와 함께 한국으로 와 정착할 곳을 찾던 중 안산을 알게 됐어요. 같은 중국분들이 많이 산다는 소식을 들었고, 또 중국 요리를 그리워하는 분들을 위해 음식을 팔고 싶었기에 원곡동에 자리 잡게 됐습니다.”
박금화 대표는 한국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는 중국인들에게 고향의 맛을 전달하고 싶었다. 모두 돈을 벌기 위해 타지에서 일을 하는 처지로서 밥이라도 든든하게 먹을 수 있길 바랐다. 박금화 대표에게 있어 요리란, 어릴 적 이모로부터 배운 아주 익숙한 것이다. 함께 살던 이모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요리를 접하게 되었고, 중국에 있을 때부터 음식점을 운영하며 요리에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주방에서 조리를 하게 된 것은 한국에 오면서부터라고. 15년 전에 작은 가게를 차린 것을 시작으로 한 번의 이전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오게 되었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 음식부터 중국 현지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조금은 생소한 요리, 요즘 유행하는 마라를 이용한 사천 요리, 양꼬치 등 그 종류가 어마어마하다. 무려 140가지의 요리 중 가장 사랑받는 것은 모두의 입맛에 호불호가 잘 갈리지 않는 ‘꿔바로우’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돼지고기 튀김에 금화반점만의 새콤한 양념을 입혀 맛있는 꿔바로우를 완성했다. 맛있는 음식이야말로 머나먼 타국에서의 쓸쓸함을 이겨내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낯선 곳을 견디는 힘
금화반점을 찾는 고객은 대부분 외국인이다. 박금화 대표가 바랐던 목적대로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방문해주고 있으며, 그 뒤를 러시아인이 따른다. 가게를 지켜온 세월만큼 수많은 손님을 마주했지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뭐니 뭐니해도 연인에서 부부로, 부부에서 가족으로 변화한 손님의 과정을 지켜본 것이다. 아이를 가졌을 때, 돌잔치를 했을 때, 초등학교부터 중학교를 입학할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지켜볼 수 있을 정도로 금화반점을 꾸준히 찾아주었다.
“그 조그맣던 아이가 쑥쑥 자라서 이곳을 찾아와주는데,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식당을 운영하면서 이런저런 추억이 많지만, 특히 이 추억이 참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세월이 흘러도 가족이 늘 건강한 모습으로 저희 음식을 먹으러 와주어서 뿌듯합니다.”
추억을 회상하는 박금화 대표의 얼굴에 미소가 만발한다. 금화반점의 성장을 한 가족의 성장과 함께한 것이라고 볼 수 있기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을 테다. 소중한 추억과는 별개로 타국에서 온전히 자리 잡기 위해 겪어야만 했을 힘든 일도 많았다. 그 첫 번째 벽은 바로 언어다.
음식점을 열긴 했으나, 언어가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하나하나 부딪혀가며 배울 수밖에 없었다. 재료 하나를 주문할 때도 뭐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몰라 헤매곤 했고, 세금 관련 신고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언어의 장벽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박금화 대표는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서 두 살배기 아들과 함께 도서관을 방문했다. 한국어 관련 책을 찾아 구매한 후 벽에 붙여 놓고 눈에 익을 때까지 반복해서 익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들과 함께 차근차근 언어를 깨우친 셈이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글을 배우는 것. 이곳에 정착하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장사를 해나 갈 때 즈음 겪은 또 다른 어려움은 원래 장사를 하던 자리에서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가야만 했던 일이다. 절대적인 갑인 상가 주인의 말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나가 다른 자리를 알아보아야 했고, 이 과정에서 큰 절망을 겪었지만 꿋꿋이 버텨 새 금화반점을 일으켜 세웠다. 가까운 곁에서 항상 함께 하는 가족들과 시간이 지나도 한결같이 찾아주는 손님들이 있기에, 고난 속에서도 슬픔을 툭툭 털어버리고 다시 희망찬 내일을 살아갈 수 있었다.

“당시 이율이 높은 점이
마음에 들어서 거래를 시작하게 되었죠.
그런데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이율이 제일 높은 곳이에요. 하하”

Mini Interview

군자새마을금고 이상기 이사장

“직원이 행복한 금고를 만들겠습니다”

70여 개국 이상의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정착한 곳이 바로 이곳, 안산의 원곡동입니다. 2년 전부터 황은화 회장을 필두로 한 상인회를 결집해 다문화음식거리를 지금보다 더 부흥시키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금전적인 부분을 금고의 대출을 통해 지원하고 있고, 또 그들이 얻은 수익의 일부는 금고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해 자산의 상승을 이끌어냈습니다. 이처럼 서로가 윈윈하는 금고와 상인 간의 관계를 긴밀히 유지하면서, 금고의 주인은 그 누구도 아닌 ‘직원’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군자새마을금고를 꾸려나갈 예정입니다.
직원이 우선 행복해야만 고객에게도 행복한 기운을 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필요한 순간, 언제나 든든하게
다문화음식거리의 상인들은 원곡동이 지금보다 더 활성화되어 안산을 대표할 수 있는 관광지, 먹자골목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소수만 노력해서는 좋은 결과를 완성할 수 없다. 모두가 힘을 합하여 노력했을때, 비로소 진정으로 원하는 것들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상인들은 주민자치센터나 외국인주민지원본부와 같은 단체의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거리를 알릴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각 나라의 대표 음식들을 선보일 수 있는 행사를 마련해 홍보와 동시에 기존의 주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민들의 유입도 노린다. 이때 새마을금고 또한 행사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소액이더라도 필요한 돈이면 최대한 대출을 해주고, 그들에게 금전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꾸어 주기 위해 노력한다. 박금화 대표는 원곡동에서 장사를 처음으로 시작하던 때부터 새마을금고와 인연을 맺어 현재까지 이어가는 중이다.
“당시 장사를 시작하면서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여러 은행을 살펴보고 있었는데, 혜택이 가장 좋은 은행이 바로 새마을금고였어요. 이율이 높은 점이 마음에 들어서 거래를 시작하게 되었죠. 그런데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이율이 제일 높은 곳이에요. 하하.”
조금은 단순한 이유로 선택했던 은행이지만, 나중에 가서도 ‘잘 골랐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스러웠고 특히 늘 친절한 직원들이 마음에 들었다. 가끔 금고를 직접 방문할 때마다 항상 따스하게 대해주는 것은 물론 주기적으로 가게에 방문하여 먼저 안부를 물어오기도 한다. 원곡지점 김용겸 차장과 대화를 나누는 박금화 대표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박금화 대표님은 저희 지점 근처에 있는 식당을 운영하고 계신 만큼 자주 뵙고 있죠. 때로는 회식을 이곳에서 진행하기도 하고요. 언제나 가족처럼 살갑게 대해주셔서 저희도 더 든든한 보탬이 되어드리고자 하는 욕심이 생깁니다.”
오고 가는 칭찬 속에 그들이 갖고 있는 굳은 믿음이 엿보인다. 낯선곳이었던 안산은 어느새 좋은 사람들로 가득 찬 정이 넘치는 공간이 되었다. 새마을금고도 그 ‘정’에 일조한 일원 중 하나이다. 어렵게 뿌리내린 만큼 그들의 앞길에 봄바람같이 따스한 인연만이 깃들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