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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 돌봄의 전통으로
웃음꽃 피는 횡성의 봄날을 열다

강원 횡성새마을금고

강원 횡성새마을금고 박덕식 이사장(앞줄 왼쪽에서 두번째)과 직원들

동쪽으론 치악산, 남쪽으론 백운산이 남한강과 섬강 줄기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횡성은 국가대표급 한우와 더덕으로 유명한 곳이다. 인근 8개 면 주민들의 삶의 중심을 이루는 횡성장터 어귀에서 44년째 주민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성장하고 있는 횡성새마을금고를 찾았다. 소박한 농촌에서, 결코 소박하지 않은 결실을 이룩해 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봄 들판의 아지랑이처럼 따뜻하게 피어난다.

글. 김수연 사진. 안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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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장터 같은 넉넉한 인심이 44년 성장의 원동력
때마침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5일마다 열리는 횡성장에는 인근 주민들은 물론 전국에서 모여든 인파로 인산인해다. 유명한 횡성한우부터 최고 품질의 더덕, 그리고 강원도 가는 길에 빠질 수 없는 안흥찐빵까지 볼거리 즐길거리가 횡성새마을금고 주변으로 줄줄이 이어져 있었다.
“횡성읍을 포함한 관내 8개 면이 저희 금고가 관할하는 업무지역입니다. 44년 전 창립 당시부터 주변 전통시장 상인들이 주축이 되어주셨죠. 이제는 인근 농민들, 젊은 층들과도 폭넓은 유대를 넓혀가며 성장해 가는 중입니다.”
박덕식 이사장은 금고를 소개하며 ‘전형적인 농촌 새마을금고’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금고경영의 기본 방향을 지역 주민들의 삶의 특색에 맞춰 이끌어 온 역사와 연관되어 있다. 산림과 농지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지역 주민들, 비교적 연령층이 높은 인구 구성에 맞는 영업전략을 구사함으로써 뿌리를 내려온 것이다. 안효섭 전무는 이를 실현해 가는 원칙으로서 ‘1/3, 1/3, 1/3법칙’을 소개했다.
“사업이익의 1/3은 주민을 위한 지역사회 환원에 사용하고, 1/3은 직원의 복리 증진에, 나머지 1/3은 서민금융기관의 기틀 마련을 위해 적립하자는 걸 기본 방침으로 삼고 있습니다.”
당장 금고의 몸집을 불리는 데 관심을 두기보다는 ‘지역주민들의 삶을 돌보는 새마을금고’라는 확고한 목표를 정하고 있다. 이들이 달성하고 있는 성장의 결과는 놀라울 정도다. 2015년 기준 자산규모가 611억 원이던 것이 지난 2020년에는 1,060억 원으로 늘었다. 평균적으로 매년 100억 원 정도의 자산 증대를 기록해 온 것이다.
금고의 경영실태를 보여주는 자기자본 비율도 12.38%로 우량하다. 높은 당기순이익이 유지되는 덕분에 회원에 대한 출자배당 역시 타 기관보다 높다. 거기다 수상경력도 눈부시다. 2010년 새마을금고 대상, 2016년 새마을금고 좀도리운동 최우수상, 2017년 사회공헌활동 우수금고, 2021년 경영평가 혁신경영 우수금고 등 대도시 금고 부럽지 않은 실적을 올리고 있다.
“오직 이익만을 추구해 왔다면 이런 결과는 가능하지 않았을 거예요. 지역의 어려움을 살피며 나누고 배려하는 새마을금고의 정신이 주된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이 말은 박덕식 이사장을 비롯한 모든 직원의 자긍심이기도 했다.

어르신들의 집수리 봉사는 우리가 원조
이 지역에서 ‘횡성새마을금고’ 하면 나눔을 실천하는 대표적 기관으로 소문이 나 있다. 특히 지난 10여 년 전부터 전개해 온 주거 취약층을 위한 환경개선 사업은 지역사회의 찬사를 받는 분야다.
“2007년부터 자체적인 사회봉사단을 조직해서 운영하고 있는데, 200여 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죠. 이분들과 함께 열악한 주거환경에 처한 어르신들의 집을 고쳐주고 있어요. 또 연말이면 사랑의 연탄나누기와 난방유 지원도 함께 아우르고 있고요.”
분기별로 두 번 진행되는 집수리 활동 등 횡성새마을금고에서 진행하는 대부분의 봉사 활동은 임직원 전체가 직접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안효섭 전무의 진두지휘 아래 도배 담당, 장판 담당, 외벽수리 담당, 주방 청소 담당이 아예 정해져 있을 정도다.
“다들 비전문가지만, 오래 이 일을 하다 보니 이젠 ‘준전문가급’이 된 것 같아요. 웬만한 건 직원들 손으로 뚝딱 다 됩니다. 변기 교체 정도는 뭐 일도 아니고요.”
이들의 정성 어린 손길 덕분에 어르신들은 혹독한 겨울 추위를 이겨낼 수 있게 되고, 횡성새마을금고의 ‘착한 소문’은 주민들 사이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금고 성장의 바탕을 이루게 되는 행복한 선순환이 이루어졌다.
“지금은 다른 지역에서도 집수리 봉사를 많이 하고 있지만, 사실은 저희가 그 원조입니다. 지역사회에서 무엇이 가장 필요한가를 살피고 고민한 결과였는데, 결과적으로 전국에 퍼지게 되니 그 또한 큰 보람이지요. 저희가 뭔가 좋은 영향력을 주었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안 전무는 처음으로 집수리를 나가던 때의 광경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고 했다. 어설펐던 직원들의 손놀림이 회를 거듭하며 능숙해지는 과정도 그의 기억 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 그렇게 집을 고치고, 연탄을 배달하고 난 후면 금고를 울리는 전화벨 소리도 드높아진다. 수화기 너머로 어르신들은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시고, 그때마다 직원들은 새마을금고인으로 살아가는 긍지와 자부심이 넘친다. 이렇게 따뜻한 배려와 감사를 주고받는 과정이 연간 100억 원 이상의 자산을 증가시켜온 실질적 배경이다.

“오직 이익만을 추구해 왔다면 이런 결과는 가능하지 않았을 거예요. 지역의 어려움을 살피며 나누고 배려하는 새마을금고의 정신이 주된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경영진을 포함한 직원 대부분이 지역
선후배이기도 한 이들은 늘 회원 응대를
포함한 서비스 전반에 대하여 허심탄회한
의견을 자주 주고받는다.

박덕식 이사장

기다리고 준비하는 사람에게 봄은 찾아오듯이
“틈날 때마다 직원들에게 하는 말이 있어요. 우직한 곰도 좋지만, 싹싹한 여우가 좀 돼 보자고 말이죠.”
경영진을 포함한 직원 대부분이 지역 선후배이기도 한 이들은 늘 회원 응대를 포함한 서비스 전반에 대하여 허심탄회한 의견을 자주 주고받는다. 안효섭 전무가 주문하는 ‘싹싹한 여우’란 회원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는 소통의 기술을 의미한다고 했다. 대부분 연세 많으신 회원들이 찾아주시기에 그분들의 눈높이에서 알기 쉽게 설명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스마트한 금융이 강조되는 시대지만, 농촌 어르신들에겐 여전히 창구에서 조목조목 짚어주며 설명해주는 직원이 최고인 것이다. 한편으론 젊은 회원들을 공략하기 위한 홍보 전략도 구사 중이다. 젊은 층이 빠져나간 농촌이지만 군부대가 많은 인근 홍천의 군 사택이 이곳 횡성에 들어선 것은 호재라고 보고 젊은 군 인력들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펼치고 있다. 이렇게 지역의 변화 흐름을 반영한 전략으로 금고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룩해 나가겠다는 생각이다.
“지금도 그 여파가 계속되는 중이지만, 코로나19로 다들 너무 힘들었잖아요. 하지만 어렵다고 멈춰 있을 수만은 없지요. 우리는 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나야 하고,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아가야지요. 그러다 보면 머잖아 좋은 시간은 반드시 다시 옵니다.”
전국의 새마을금고 가족에게 전하는 박덕식 이사장의 인사말에 삶의 연륜과 희망이 담겨 있다. 지역과 함께, 시대와 함께 지켜온 새마을금고의 역사가 그러하듯 어려움 후에 반드시 찾아오는 ‘좋은 날’에 대한 기대는 현실의 어려움을 딛고 일어설 이유로 충분하다.
“지난해 꾸준하게 성장해온 만큼 올해는 대면업무 제한으로 주춤했던 공제 등의 사업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생각입니다. 언제까지 코로나 탓만 하고 있을 순 없지요. 대안을 찾고 스스로 변화해 가는 노력으로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농부가 밭을 탓하지 않듯, 어려운 시국을 탓하며 안주하지 않는 태도가 횡성새마을금고의 44년 성장사를 모두 말해주는 듯하다. 이것이 바로 ‘횡성의 힘, 강원도의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도 그 여파가 계속되는 중이지만, 코로나19로 다들 너무 힘들었잖아요.
하지만 어렵다고 멈춰 있을 수만은 없지요.
우리는 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나야 하고,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아가야지요.
그러다 보면 머잖아 좋은 시간은 반드시 다시 옵니다.”

안효섭 전무(왼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