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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 서는 순간이 곧, 활기를 충전하는 기회죠

가수 정 동 하

뮤지컬 무대 위에서 청량한 활기를 발산하는 모습은 마치 톡톡 튀는 탄산 같다. 그런가 하면, 어느새 온화한 햇살처럼 발라드의 선율에 맞춰 관객의 마음을 부드럽게 사로잡는다. 객석이 가수 정동하의 매력에 푹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화사한 봄 날, 그야말로 생동하는 에너지로 똘똘 뭉친 그를 만났다.

글. 오민영 사진. 뮤직원 컴퍼니

꽃샘추위마저 사라지고, 드디어 완연한 봄입니다. 이 계절을 정동하 님은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근황이 궁금합니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전보다는 여유가 생겼어요. 이 소중한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알차게 꽉꽉 채우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죠.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때는 공연이 곧 실력을 다지는 계기이자 실전이었는데요. 요즘은 지나간 무대를 다시 훑어보며 저 자신을 돌아보고, 연습에 충실하면서 흔들리지 않는 호흡을 위해 기초 체력을 단련하며 때를 기다리고 있어요. 기계에 비유하자면, 원활히 노래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고자 재정비하는 단계라고 할까요? 스테이지 위에 오를 때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한창 연마 중입니다.(웃음)

올해 1월 말, 발매한 곡 <추억은 만남보다 이별에 남아>의 반응이 여전히 뜨거운데요. 어떻게 탄생한 곡인가요?
저 또한 <추억은 만남보다 이별에 남아>가 꾸준한 인기를 받고 있다는 게 신기해요. 가요 차트 안에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순위가 점차 내려가기 마련이거든요. 그런데 이 곡은 어딘가에 딱 흡착한 듯 제자리를 지키고 있어요. 고정적으로 사랑받고 있다는 의미인 만큼, 정말 감사한 마음이에요. 일반 팬이 유튜브에 올리는 갖가지 커버 영상까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 곡은 문성욱이라는 작곡가와 작업했는데, 1998년생인 젊은 친구예요. 재미있는 사실은 제가 부활이라는 팀에서 지난 2009년에 발매한 곡인 <기억이 나>를 들으며 음악에 대한 꿈을 키워왔대요.
언뜻 셈해 보니 당시 12살이니까 정말 제 목소리와 함께 성장해 왔겠더라고요.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정동하라는 가수의 매력을 제대로 표현해보고 싶다고 하기에 제대로 부응하고자, 또 부흥하고자 의기투합했죠.(웃음) 지금의 성과는 무려 4~5개월간 같이 심혈을 기울여 수정하고 녹음을 거듭한 끝에 완성한 거예요. 제가 소화할 수 있는 톤이 다양해서 여러모로 시도해보고, 가장 잘 어울리는 음역대를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했는데, 매우 즐거웠습니다.

자신이 진정 즐기는 선을 넘어서 과도한 욕심을 부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인기나 가요 순위에 연연하기보다는 오래도록 만족스럽게 음악을 하고 싶어요.

평소 새마을금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오가다 종종 마주하곤 했다고요.
제가 일상생활 전반의 지식 정보에 관심이 많아요. 최근 가장 흥미롭게 접한 새마을금고 관련 이슈는 <우리 아이 첫걸음 정기적금> 이었는데요. 말하자면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 가져보는 통장이라고요.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이제는 누구나 재테크에 능숙하고 금융 분야에 대해 속속들이 안다지만, 저의 청소년기엔 그런 관심사를 드러낸다는 게 실상 터부시하던 시절이었거든요. 그저 꿈을 향해 나아갈 줄만 알았지, 실질적으로 뒷받침해줄 경제 관념을 쌓기엔 아쉬운 구석이 있었죠.
그러나 이처럼 이른 나이에 저축과 투자 개념을 배울 기회가 주어 진다면 분명 더 나은 삶을 계획할 수 있을 거예요. 어쩌면 장래 희망에 한 발 가까이 다가가는 도약의 계기로 작용하겠지요. 밝은 미래로 나아가는 길에 넘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지탱해주는 디딤돌이자 긍정적인 나비 효과로 새마을금고를 떠올리는 까닭이에요.

이번 호 테마는 ‘생동하는 에너지’입니다. 가수로 활동하면서 가장 에너지 넘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또, 무대에서 특유의 에너지를 뽐내는 비결이 있을까요?
뭐니 뭐니 해도 에너지 가득한 순간은, 역시 무대에 설 때예요. 저는 공연하면서 ‘이건 일이니까 빨리 끝내고 집 가야지’라고 생각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관객과 호흡하는 시간은 어린 시절 엄마가 저녁 먹으라고 부르기 전까지 놀이터에서 친구와 신나게 노는 기분과 같아요. 그래서인지 지치지 않는 듯해요.
또한 자신이 진정 즐기는 선을 넘어서 과도한 욕심을 부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인기나 가요 순위에 연연하기보다는 오래도록 만족스럽게 음악을 하고 싶어요.

가수 외에 뮤지컬배우로 활동하고 있죠. 가장 최근엔 <위윌락유>의 갈릴레오 역을 맡았는데, 그 외에 소화해보고 싶은 배역이 있다면? 또, 발라드와 뮤지컬은 각각 어떤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원래 뮤지컬은 1년에 한 작품 이상 해보고 싶었어요. 따라서 지속해서 도전해왔고,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고려할 수 있는 폭이 많이 줄었으나 제안이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해보고 싶은 배역은 <레미제라블>의 장발장과 <지킬앤하이드>의 지킬·하이드예요. 단지 캐스팅에 연연하지 않고, 필요하다면 오디션을 볼 의향까지 있답니다.(웃음)
가수로서는 락과 발라드에 상관없이 음악의 색깔이나 드라마에 따라 원초적으로 접근해요. 가능한 풍성한 무대를 만들려고 노력하죠. 반면, 뮤지컬배우로는 작품이 순조롭게 돌아가도록 돕는 배역을 맡아 조화를 이루고자 합니다. 여기서 발현하는 쾌감은 서로 달라서 비교할 수 없어요.

음악은 우리가 유일하게
이용할 수 있는 타임머신이에요.
어느 순간 귓가에 들려왔던 곡을 머릿속에 담아뒀다가 원할 때 떠올리면, 마치 당시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잖아요.

2021년 1월 31일 발매
<추억은 만남보다 이별에 남아>

대중과 더욱 친숙해질 수 있었던 KBS2 <불후의 명곡>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이 있죠. 정동하 씨에겐 어떤 의미가 있는 프로그램인가요?
저에게 있어 세상으로 나갈 수 있게 해준 첫 번째 커다란 문이 부활이라는 팀이었다면, 그다음은 <불후의 명곡>이에요. 이 무대는 객석이 500개에 불과하지만, 관객의 표정과 감동 포인트를 정확히 짚을 수 있기에 다채로운 방식을 맘껏 실험하고 배울 수 있었는데요. 뭔가 접목하고 보여서 호응이 좋다면 대중화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키기 좋겠더라고요.
여기서 많은 곡을 불렀지만, 가수 임재범 편에서 <비상>을 편곡한 공연은 참 기억에 남아요. 또, 가수 故 김현식 편의 <비처럼 음악처 럼>은 기록 영상과 듀엣 하듯 꾸미느라 직접 발로 뛰는 등 공을 많이 들여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고요. 개인적으로 강력히 추천하는 무대는 가수 이용 편의 <바람이려오>입니다. 그때 제가 초창기라서 카우보이 분장을 할 뿐만 아니라 간주 중에 액션씬을 삽입 할 정도로 의지가 넘쳤거든요. 우울한 날엔 한 번 찾아보세요. 웃다보면 기분이 한결 나아질 테니까요.(웃음)

2019년에 <정동하의 가지가지>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고요. 새로운 소통 창구를 연 계기가 있을까요?
무대에 서다 보면, 팬과 직접 소통하기 쉽지 않으니 새로운 창구를 알아보다가 유튜브 채널을 열었어요.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를 촬영하고, 제 곡 외에 다른 노래를 커버해서 그간 보여주지 못한 모습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어쩌면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인 이 시대엔 필수라는 생각이 들어요.

마지막으로, 팬과 대중에게 어떤 가수로 기억 남길 바라는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거 아세요? 음악은 우리가 유일하게 이용할 수 있는 타임머신이에요. 어느 순간 귓가에 들려왔던 곡을 머릿속에 담아뒀다가 원할때 떠올리면, 마치 당시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잖아요. 즉, 연인과의 추억뿐 아니라 가족, 친구 등과 보낸 과거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자물쇠를 열어주는 셈이죠. 그러니 가수로서 행복으로 향하는 열쇠를 열심히 만들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