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 공감하기

우리 가까이에 있는 자연, 자유로운 세상으로의 초대

개그맨 윤 택

깊은 산중에 집을 짓고 자연의 리듬에 맞춰 살아가는 자연인이 있다. 그 낯설고 이질적인 삶의 방식에 자꾸만 마음이 가는 건, 본디 자연의 일부로 창조된 우리의 꿈이 그와 같았기 때문이리라. MBN <나는 자연인이다>를 통해 도시와 자연의 멀어진 삶의 간극을 오가는 유쾌한 중계자, 윤택을 만났다. 따뜻한 공감의 언어로 가득한 그의 모습에서 막힘없이 자유로운 자연의 편안함이 느껴진다.

글. 김수연 사진. 안지섭

한 번도 웃은 적 없는 사람의 하루가 과연 행복할까요?
저는 웃음이야말로
‘사람이 행복해지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요.

방송으로 접하는 이미지처럼 실제 느낌도 편하고 친근한 인상이시군요. 요즘은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십니까?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저 역시 ‘사느라 바쁘고, 그래서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나는 자연인이다>를 고정적으로 하면서 그밖에 다른 프로그램에도 종종 출연을 합니다. 개그맨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점점 사라져 가는 안타까운 상황에서, 이렇게 꾸준히 팬 여러분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허락되고 있으니 더없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평소 새마을금고에 대한 인상은 어떠셨습니까?
아주 오래된 친구 같다고 할까요? 새마을금고는 늘 친근하고 익숙한 존재죠. 우선 저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통장 하나씩을 만들어서 거기다 저금을 하도록 했거든요. 거기다 용돈 아껴서 조금씩 모은 돈이 졸업할 때 꽤 큰 목돈이 돼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도 있는데, 정말 뿌듯한 보람과 기쁨의 기억이었죠. 길에서 새마을금고 간판을 보면 왠지 반가운 기분이 드는 건 그래서인 것 같습니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이 어느덧 10년째를 맞고 있어요. 윤택 님에게 이 프로가 갖는 의미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오랜 시간 출연을 하면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자연 속에 깃들어 살아가시는 분들의 삶을 직접 접하면서 산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자연스럽게 저의 삶의 방식에도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우선, 프로그램을 하면서 제가 땅을 조금 샀습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없는 한적한 곳이에요. 물론 재테크 아니고요 하하, 딱히 전원주택 같은 걸 따로 짓지는 않았어요. 캠핑을 하면 되니까요. 거기에 복숭아나무도 심고 매화나무도 심었고요, 텃밭도 일궜어요. 밭에는 고추며 호박, 오이, 상추 같은 것들을 심었는데, 완전 유기농으로 하다 보니 우리 가족과 벌레들이 함께 나눠 먹고 있는 중이죠. 하하! 어쨌거나 그곳에 머무는 시간만큼은 저에게 특별한 힐링의 시간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가 있는데, ‘너무 욕심 부리며 살지 말자’는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방송에서 만난 자연인들은 다 그런 분들이거든요. 다 내려놓고 사는 사람들이시죠. 한때 많은 돈도 가져 봤지만, 다 덧없다고 말해요. 산속에 들어와 사는 지금이 더 행복하답니다. 실제로도 그렇게 보여요. 순리에 맞게, 적당히 취하며 인생의 평화를 얻은 분들이죠.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런 관점으로 세상을 보다 보니, 한결 여유롭고 편안해지는 건 있어요.

어릴 때부터 유난히
밖에 나가 뛰노는 걸 좋아했어요.
집이 대방동이었는데, 공부는 뒷전이고 맨날 나가 노는 즐거움에 빠져 살았죠.
기질적으로 ‘지붕이 없는 삶’에 대한 동경이 있던 것 같아요.

방송을 통해 수많은 자연인들을 만나셨을 텐데, 특히 인상적인 인물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모든 분들의 삶은 제각기 다 특별하다고 느꼈습니다. 사실 다 버리고 그렇게 산속에 들어가 살기로 결심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일이거든요. 그분들 중에는 쓰라린 실패를 맛본 경우도 있지만, 정말 자연이 좋아서 그렇게 사시는 분도 있는데 하나같이 개성과 뚜렷한 의지가 있는 분들이라 느꼈어요. 제가 출연하던 초창기에 뵙던 한 분이 기억나긴 하네요. 당시 83세가 넘은 분이었는데, 정신이 그렇게 맑고 강할 수가 없는 분이었죠.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를 대하는 모습이 어쩌면 그렇게 순수하고 아름다울 수 있을까 싶은 생각에 감탄이 절로 나던 분이었는데, 최근에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따님에게 들었어요. 그 어르신이 평소 제 얘기를 많이 하시며 기뻐하셨다는 얘기를 듣고, 저 역시 그 인연이 고맙고 감사했답니다.

이번 사보의 테마가 ‘웃음이 한가득’입니다. 웃음을 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계시는 분으로서 웃음에 대한 정의를 내려본다면 어떤 걸까요?
한 번도 웃은 적 없는 사람의 하루가 과연 행복할까요? 저는 웃음이야말로 ‘사람이 행복해지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요.
또한 웃음은 탁구공처럼 주고받는 것 같습니다. 내가 웃음을 전하면 상대방도 웃음으로 돌려주는, 그런 즐거운 소통을 가능케 해주죠. 사람들 간의 만남에서도 일단 같이 한번 웃고나면, 그때부터 관계가 부드러워지고 마음이 열리는 경험들을 많이 하셨을 거예요. 잘 웃고, 잘 웃길 수 있다면, 우리 인생은 한결 더 행복해질 것이라 생각해요. 왜 정치인 같은 사람들에게도 유머감각은 상당히 중요한 능력이 되곤 하잖아요? 뭔가 친근함과 설득력을 더해주는 힘이 바로 이 웃음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개그맨이어서 행복하다’고 느껴지는 순간도 있겠지요?
개그맨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들이냐면요, 딱 1초 만에 사람들을 웃게 할 수 있어요. 가끔 길에서 저를 보고 ”어, 오랜만이야! 산에 간 줄 알았는데 벌써 내려왔나?”하는 분들이 있어요. 식당에 들어가면, 사장님이 너무 반가워하면서 “왜 이리 오랜만에 왔어요?” 할 때도 있고요. 물론 저는 다 모르는 분들이죠. 처음 가는 식당이고요. 하하하! 처음엔 이분들이 저를 놀리는 건가 했는데, 아니에요. 정말로 반가워서 그러시더라고요. 만약 제가 영화배우거나 유명 가수라면 안 그러실 텐데, 친근하고 편안하게 느껴지나 봐요. 개그맨이란 직업이 그런 것 같아요. 쉽게 다가올 수 있고, 친근하게 말 걸어도 별로 어색하지 않은 존재들이죠, 이건 축복이죠.

윤택 님은 캠핑계의 고수로도 잘 알려져 있어요. 처음 시작한 계기가 어떤 건가요?
어릴 때부터 유난히 밖에 나가 뛰노는 걸 좋아했어요. 집이 대방동이었는데, 공부는 뒷전이고 맨날 나가 노는 즐거움에 빠져 살았죠. 기질적으로 ‘지붕이 없는 삶’에 대한 동경이 있던 것 같아요. 하늘과 내 머리가 바로 맞닿아 있는 상황과 느낌을 사랑하는 거죠. 배낭을 메고 본격적으로 다녔던 건 스무 살 무렵부터예요. 걸어서 전국을 다 돌아본 적도 있어요.
갈팡질팡 방황도 하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있던 시절 문밖의 세상을 내 두 발로 걸으며 어렴풋하게나마 삶의 길을 찾고자 했죠. 어쨌거나 저는 직접 부딪쳐 보며 배우는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뭘 얻었냐고요? 자유로움이죠. 달랑 몸뚱이 하나로도 두려움 없이 세상과 마주할 줄 아는 용기와 자신감을 얻은 것 같습니다.

꿈꾸고 있는 미래의 모습은 어떤 겁니까?
앞으로 5년 후 정도를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때는 일을 3분의 2가량은 내려놓고, 가족과 함께하는 삶에 집중하려고요. 그때쯤엔 아들도 성인이 되었을 테니, 아내와 함께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어요. 아마 산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 것 같네요. 정말이지, 일은 일주일에 딱 하루만 하고 싶어요. 물론 개그맨이니까 끝까지 대중에게 즐거움과 웃음을 주는 일을 하게 되겠죠. 네, 전 그 정도면 충분히 행복한 삶이라 생각합니다.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한마디를 남겨주신다면?
제가 <나는 자연인이다>에 출연하면서 느끼는 게 있었어요. 자연이란 우리에게 무한한 영감과 자유를 주지만, 이게 꼭 멀리 찾아 나서야만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에요. 이 도시에서도 자연은 우리 주변에 가득 차 있잖아요. 저 하늘도, 가로수도, 동네 공터에 심어진 꽃들도, 그 위로 부는 바람도 다 자연이거든요. 열심히 일하다 가끔 하늘도 올려다보시고, 공원 벤치에 앉아 보도블록 틈을 뚫고 자란 들꽃들도 보며 잠시 자연을 누리셨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다 도시인이면서 자연인일 수 있거든요. 약간의 여유로운 마음만 있다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