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대한 열정, 찾는 것인가!
만들어 가는 것인가!

‘열정을 불태우고 싶다’ 혹은 ‘열정이 식었는데 어찌할지 모르겠다’ 등 열정을 주제로 한 질문을 많이 듣는다. 그런데 이런 질문의 속내는 한결 같다. ‘내 열정을 불태울만한 일을 아직 찾지 못한 거라고 답해주세요.’ 심리학자들은 이 질문에 20% 정도 동의하고 80% 정도는 동의하지 않는다. 무슨 뜻이냐? 자기에게 꼭 맞는 일이 주어져야만 열정적으로 뛰어난 결과를 만드는 사람은 20% 정도라는 뜻이다. 물론 나머지 80%의 사람들이 위대한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뜻으로 오해하는 것은 곤란하다. 20%에 해당하든 80%에 해당하든 각자 자기에 맞는 길을 걸어갈 때 결과가 위대해진다.

김경일(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일러스트 이정윤

나에게 맞는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위대한 일을 하는 유일한 방법은 당신이 지금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이렇게 이야기한 것만 봐도 자신의 일에 애착과 열정을 지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에 대한 열정은 쉽게 식고 금방 나태해진다. 게다가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내게 찾아오는 또 다른 기회들은 점점 멀어지게 된다.
‘나에게 맞는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이런 의문은 계속해서 나를 괴롭힌다. 하지만 반대의 고민도 끊임없이 계속된다. ‘지금 일이 싫다고 그만두었다가 나중에 후회하면 어떡하지?’ 이 두 목소리가 팽팽하게 혼란감을 키운다. 다행히 여기에 도움이 될 만한 연구를 하는 심리학자들이 다수 존재한다.
스탠퍼드대학교의 심리학자 패트리샤 첸 박사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첸 박사는 논문을 통해 최소한 두 종류의 사람이 존재함을 보여주었다.1) 첫째,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야만 열정이 발생하는 사람, 둘째 어떤 일이든 그 일에 몰두하면서 열정이 더 자라는 사람이다. 심리학에서는 전자를 ‘적합 이론가(fit theorist)’, 후자를 ‘개발 이론가(develop theorist)’로 구분한다. 이론가라는 말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실 필요 없다. 그런 관점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꾸준히 오래 해야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다

첸 박사의 연구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자신에게 적합한 일을 찾아야 열정이 나오는 ‘적합 이론가’라면 커리어 초반에 진정으로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 하지만 주어진 일이 무엇이든 열정과 의미를 점차적으로 증가시키는 ‘개발 이론가’라면 어떤 일이든 사랑할 수 있지만, 일의 종류보다 조직과 사회가 보이는 평가에 민감하다.
자신이 어떤 쪽에 해당되는지 모른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우선 어떤 일이든 지속적으로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커리어 초반부에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를 때까지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어떤 유형인지를 알 수 있는 실마리가 그래야만 보이기 때문이다.
여러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적합 이론가’는 20%에 불과하고 ‘개발 이론가’는 80% 정도 된다. 그러니 일단 자신이 ‘개발 이론가’라고 가정하고, 어떤 일이든 오랫동안 하면서 ‘나를 찾아가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섣불리 새로운 일을 찾아 다니기만 하면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기회는 결코 오지 않는다.

실패의 끝에 진짜 자신의 모습이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적합한 일을 발견하니 흥미를 느낀다’고 말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일을 해나가면서 예전에 없던 흥미를 느낀다’고 소회하는 유형일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자신이 적합 이론가인지 개발 이론가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깨닫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2)
누구나 실패를 두려워 말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솔직히 실패가 두렵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분명한 건 실패하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더 확실하고 정교하게 알아가고, 실패의 끝에 진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1) Chen, P., P. C. Ellsworth, and N. Schwarz. “Finding a Fit or Developing It: Implicit Theories about Achieving Passion for Work.”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41, no. 10 (2015): 1411–1424.
2) 톰 길로비치(Tom Gilovich)와 빅토리아 메드벡(Victoria Medvec)은 자신들의 논문에서 노년층은 자신이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 후회한다는 결과를 관찰했다. 살면서 그 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운명이 다하는 시점을 상상해보면 사람들은 그때까지 이루지 못한 일에 초점을 맞추고 아쉬워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지금 다시 그 데이터를 살펴보면 적합 이론가인 노인들은 자신이 가져보지 못했던 직업을, 개발 이론가인 노인들은 자신이 추구했던 직업 내 직무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Gilovich, T., and V. H. Medvec. “The Temporal Pattern to the Experience of Regret.”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7, no. 3 (1994): 357–3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