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었다, 녹았다,
완벽한 습도 조절까지!
인고로 탄생되는 겨울 특미,
과메기

벌써 한해의 끝이라니, 시간이 빠르기도 하다. 지난 1년은 코로나19로 상쾌한 공기 한번 마음껏 누리지 못하고,
일상으로의 복귀를 기다리며 견뎌온 날들이었다. 이러한 인내의 시간들은 조금은 힘들지만 자신을 돌아보며 주변을 살피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여기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인고의 시간으로 만들어진 식재료가 있다. 바다향 듬뿍 담은 고소함과
감칠맛으로 겨울별미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과메기로 연말을 마무리 해보는 건 어떨까.

벌써 한해의 끝이라니, 시간이 빠르기도 하다. 지난 1년은 코로나19로 상쾌한 공기 한번 마음껏 누리지 못하고, 일상으로의 복귀를 기다리며 견뎌온 날들이었다. 이러한 인내의 시간들은 조금은 힘들지만 자신을 돌아보며 주변을 살피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여기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인고의 시간으로 만들어진 식재료가 있다. 바다향 듬뿍 담은 고소함과 감칠맛으로 겨울별미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과메기로 연말을 마무리 해보는 건 어떨까.

글·사진 김현학(iamfoodstylist 대표, 푸드디렉터)

과메기의 발견은 그저 우연이었다

과메기는 겨울철에 청어나 꽁치를 그늘에 말려서 만드는데,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 하면서 특유의 맛을 완성시킨다. 경북 포항 구룡포 등의 동해안 지역에서 생산되는 과메기는 원래 청어를 원료로 만들었으나 1960년대 이후 청어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꽁치로 만들기 시작하였다. 과메기라는 명칭은 청어의 눈을 꼬챙이로 꿰어 말렸다는 관목(貫目)에서 유래한다. ‘목’을 구룡포 방언으로 ‘메기’라고 발음하여 관목이 ‘관메기’로 변하고 다시 ‘ㄴ’이 탈락하면서 ‘과메기’로 굳어졌다.
과메기를 먹게 된 유래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동해안의 한 선비가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던 길에 배가 고파 바닷가 나뭇가지에 말려 있는 청어를 먹었는데 그 맛이 너무 좋았다고 한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 겨울마다 청어의 눈에 꼬치를 꿰어 말려 먹었는데 이것이 과메기의 기원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재담집 <소천소지(笑天笑地)>로 전해진다. 또 뱃사람들이 반찬이나 할 요량으로 배 지붕 위에 청어를 던져놓았더니 바닷바람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여 저절로 과메기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청어가 좋아? 꽁치가 좋아?

역사를 거슬러 가면 과메기는 본래 청어에서 시작되었다. <동국여지승람>의 ‘영일현’ 편에 매년 겨울이면 청어가 맨 먼저 영일만에서 잡힌다고 했는데, 이를 나라에 진헌한 다음에야 모든 읍에서 고기잡이를 시작했다고 한다. 청어는 우리나라 동해와 서해, 일본 북부 지역 등에 분포하고, 어획은 주로 11월부터 2월 사이의 겨울철에 이루어진다. 주로 구이, 찜, 회, 과메기로 만들어 먹는다.
이처럼 과메기의 주재료였던 청어가 꽁치로 변한 건 바다의 수온 때문이다. 1960~80년대까지 청어는 동해에서 흔히 잡혔지만 청어 어획량이 줄자 북태평양에서 원양어선이 잡아들여오는 냉동 꽁치가 청어를 대신했다. 그러나 최근 청어 어획량이 증가하면서 청어로 만든 과메기도 소량 생산되고 있다.
‘꽁치로 만든 과메기가 나은가? 청어로 만든 과메기가 나은가?’를 묻는 것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를 묻는 것과 같다. 청어 과메기는 달짝지근한 감칠맛이 나고 꽁치 과메기는 풍성하면서 부드럽고 촉촉한 맛이 일품이다. 조금 더 기름진 맛을 원한다면 꽁치 과메기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습도와 건조를 적절히 맞춰서 꽁치 안에 축적된 기름을
20%정도 배출하는 게 과메기 맛의 비결이다.

과메기의 참맛을 찾아서!

과메기의 참맛을 느끼려면 포항 구룡포와 영덕 창포리로 가야 한다. 구룡포의 꽁치 과메기는 3월초까지 청포리의 청어 과메기는 설 전후까지 나온다. 꽁치를 잡아 만드는 과메기는 물이 차야 꽁치를 잡을 수 있다 보니 고르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특히나 여름철 꽁치는 기름기가 많고 살이 물러서 적당하지 않아 12월 전후로 꽁치를 잡아서 과메기로 말린다.
보통 3~4일 정도 말리는데 무작정 햇볕에 말리지 않고 황태처럼 야외에서 얼고 녹기를 반복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습도와 건조를 적절히 맞춰서 꽁치 안에 축적된 기름을 20% 정도 배출하는 게 과메기 맛의 비결이다.
보통 과메기는 내장을 발라내고 만드는데 구룡포 토박이들은 통과메기도 즐긴다. 소량으로만 만들어서 아는 사람들만 먹는 통 과메기는 웬만한 내공 아니고서는 비려서 먹기 힘들다고 한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좋아~

과메기는 만드는 과정에서 어린이 성장과 피부미용에 좋은 DHA와 오메가3 지방산의 양이 원재료인 청어나 꽁치보다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 생산 과정에서 핵산이 많이 생성되어 피부노화, 체력저하, 뇌 쇠퇴 방지에 효능이 있다. 제철에 나는 재료를 섭취해주는 게 순리이자 아이들에게도 좋은 교육이 될 수 있으니 꼭 한번 경험해 봐도 좋을 듯하다.
과메기하면 난이도가 있는 음식으로 생각 하는데, 그 편견과 두려움을 부숴보는 연말을 보내는 것이 어떨까 싶다. 과메기 하나로 거창하게 얘기하는 게 우습지만 이런 작은 도전부터 시작해서 내년에는 보다 더 적극적인 자신을 만들어 보기를 제안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