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블루에
일조량 저하까지
우울증에 빠지기 쉬운 12월,
현명한 대처법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보이는 일명 코로나블루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겨울이 되면 일조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우울감이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코로나블루에 계절성 우울증까지 걱정되는 올 겨울, 어떻게 이겨내면 좋을까?

이해나(헬스조선 의학전문기자)

12월, 1년 중 우울증 환자 수 최다

12월은 1년 중 우울증 환자가 가장 많은 달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12월에 29만2,608명으로 가장 많았다. 일시적인 우울감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지만, 매년 특정한 기간에 우울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 ‘계절성 우울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계절성 우울증은 특정 계절에만 우울증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인데, 주요 우울장애의 약 11%를 차지한다고 알려졌다. 대부분의 계절성 우울증은 가을이나 겨울에 증상이 시작되고 봄에 회복된다. 겨울에 우울증이 심해지는 ‘겨울형 계절성 우울증’은 여성 환자가 남성 환자의 2배 이상으로 많고, 어린 연령에서 위험도가 높다.
겨울형 우울증은 일조량 감소와 관련 있다고 알려졌다. 햇볕을 덜 받으면 체내에서 생성되는 비타민D가 줄어드는 이유로 추정된다. 비타민D는 기분을 좋게 만들어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 합성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즉, 일조량 저하로 비타민D 수치가 낮아지면 세로토닌 분비가 저하되고, 이로 인해 우울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우울감일까, 우울증일까? 자가진단법

단순히 우울한 감정을 느끼는 건지, 우울증을 앓는 것인지 어떻게 구분할까? 두 가지를 확인해보면 된다. 첫째는 지속 기간이다. 우울한 기분, 흥미 감소, 의욕 저하가 적어도 2주 이상 지속돼야 우울증 진단 기준을 충족한다. 하루 우울했다가 다음 날 기분이 좋아지고 편안해지는 패턴이 반복되면 우울증일 확률이 낮다.
두 번째는 동반되는 이상 증상이 있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잠을 과도하게 많이 자거나 적게 자는 수면 습관의 변화, 식욕이 너무 늘거나 줄어드는 식욕의 변화, 몸이 너무 무겁거나 의욕이 떨어지는 활력의 저하 등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자꾸 극단적인 선택(자살)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의심 증상이다. 실제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우울증의 주된 증상임과 동시에 가장 치명적인 증상이다. 죽음이 머릿속에 반복해서 떠오르면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하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

방치하면 기억력 떨어지고, 치매 위험도

우울증을 방치하면 우울 증상이 점점 악화되는 것은 물론,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 증상이 발생한다. 실제 우울증을 오래 앓은 후 ‘머리가 나빠진 것 같다’고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우울증으로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에서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이 지속적으로 분비되기 때문이다. 코르티솔은 뇌세포의 생성과 재생을 방해한다. 뇌에서 기억력을 담당하는 부위가 해마인데, 해마를 구성하는 뇌세포는 우리가 정보를 받아들이는 양에 따라 빨리 생성되고, 반대로 빨리 사라지기도 하는 특징이 있다. 코르티솔이 과도해지면 이러한 과정에 영향을 미쳐 해마가 쪼그라들고 기억력이 떨어진다.
더 무서운 것은 치매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50~60대부터 심한 우울증을 겪었거나 만성적인 우울증을 앓았던 사람은 70대가 넘어가면서 다른 사람보다 치매가 더 빨리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다행히 우울증을 치료하면 대부분 집중력과 기억력이 회복된다. 하지만 일부 우울증을 오래 방치한 환자는 이전만큼 회복되지 못한다. 따라서 인지기능 저하를 막기 위해서라도 우울증을 적극적으로 치료할 필요가 있다.

우울증을 방치하면
우울 증상이 점점 악화되는
것은 물론,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 증상이 발생한다.
실제 우울증을 오래 앓은 후
‘머리가 나빠진 것 같다’고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우울증 약 먹고 2주 후부터 효과

우울증 치료에는 보통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라는 약물이 쓰인다. 빠르게는 복용 1주일 전후로 효과가 나타나지만 일반적으로는 최소 2주가 걸린다. 조금 늦게 치료 반응을 보이는 환자는 4~8주까지 기다려본다. 2년 이상 우울증을 앓은 만성 우울증 환자는 치료 반응 속도가 느리다. 하지만 반응이 빠르지 않다고 치료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어서 조금 천천히 기다릴 필요가 있다.

주변에 우울증 환자 있다면, 어떻게 대처할까

우울증 환자에게 나타나는 최악의 부작용은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이다. 실제 우울증 환자의 60~70%가 극단적 선택에 대한 생각을 하고, 15%는 실제 시도한다. 특히 중증 우울증 환자가 주변에 있다면 혹시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해본 적 있는지 직접 물어보는 게 좋다. 죽음이란 단어가 갖는 부정적이고 어두운 느낌 때문에 입에 담는 것이 어려울 수 있지만, 죽음에 대한 직접적인 물음은 자살의 위험 요인이라기보다는 보호 요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질문을 통해서 자신의 위기에 대해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물음과 함께 자살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적이 있는지, 준비한 적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꼭 받게 해야 한다. 가능하면 진료 시 동행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한편 우울증 진단을 받은 주변인이 있을 때 주의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치료자’가 되려는 마음이다. 우울증을 겪는 친구 혹은 가족에게 ‘운동해라’, ‘움직여라’, ‘마음먹기 나름이다’ 등의 얘기를 하지 않는 게 좋다. 그들은 다 알고 있지만 실천이 어려운 상황이다. 환자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수용하고 포용하는 것만으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