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을 따라 콕콕 박힌
다섯 개의 보석,
이탈리아 친퀘테레

이탈리아 북서부, 지중해가 흘러드는
리구리아 해안엔 이탈리아가 꽁꽁 숨겨놓은
보석 같은 다섯 마을이 줄지어 나타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친퀘테레’는
2013년 한 항공사 광고에 등장하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부다페스트와 두브로브니크 등 유럽을 대표하는 거물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한 달쯤 살고 싶은 유럽’ 1위에 선정되었기 때문.
하지만 이는 이변이 아니었다.
웬만한 미사 여구는 가볍게 소화하고도 남을 낭만적인
해안 절벽 마을은 보는 이로 하여금
‘한 달 살기’를 꿈꾸게 만든다.

태원준(여행작가)

미모는 내가 최고, 리오마조레

이탈리아어로 친퀘는 ‘다섯’, 테레는 ‘마을’을 뜻한다. 문자 그대로 다섯 마을인 친퀘테레의 문을 활짝 열어주는 곳은 리오마조레(Riomaggiore)로, 여행자들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여정을 이어갈 때 만나는 첫 마을이다. 기차역 앞의 짧은 터널만 통과해도 바로 리오마조레의 진가가 나타난다. 좌우로 따닥따닥 붙어있는 파스텔 톤의 네모난 건물들이 모두 다른 색의 옷을 입고 있어 골목길을 걷다 보면 거대한 팔레트 안을 헤매는 느낌이 든다.
예고편 같은 풍경을 지나 바닷가 쪽으로 발걸음을 이어가면 감탄의 강도가 한껏 증폭된다. 일단 거칠게 일렁이는 청록색 바다와 주상절리를 연상케 하는 기묘한 해안 절벽이 가볍게 잽을 날린다. 이어서 절벽 틈마다 아찔하게 자리 잡은 형형색색의 집들이 제대로 카운터펀치를 날린다. 어부들이 사는 것으로 알려진 절벽 위의 집들은 조금 전 보았던 골목길의 그것보다 색이 더 다양하고 채도도 강해 시각적으로 훨씬 강렬하다.
바다와 절벽, 알록달록한 집의 조합은 다섯 마을이 모두 갖춘 기본 덕목이지만, 리오마조레의 조합은 좁은 공간 안에 압축되어 있어 많은 이들이 최고의 풍경으로 꼽는다. 지역 홍보 책자에 단골로 등장하는 것도 당연하다. 친퀘테레가 다섯 명의 멤버로 구성된 아이돌이라 치면 리오마조레에게 센터 역할을 맡겨도 전혀 무리가 없다는 뜻이다.

환상적인 산책로, 마나롤라

리오마조레에게 바통을 이어받는 두 번째 마을 마나롤라(Manarola)는 오랜 역사를 가진 마을이다. 마을 안쪽에 700년 전에 지어진 성당이 있을 정도다. 그 옛날, 해적들의 출몰이 잦던 시절엔 북아프리카의 해적들이 이곳에 자주 침입했다고 전해지는데, 약탈이 목적이 아닌 마을의 아름다움에 반해 정복하러 온 것은 아니었을까 상상도 해봄직하다. 마나롤라의 해안 절벽에 늘어선 집들도 컬러풀하고 사랑스러워 굳이 앞선 마을과 비교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래도 이곳만의 특색을 찾아본다면 절벽을 따라 잘 조성된 산책로다. 이름부터 달달한 ‘사랑의 길’이라는 트레킹 코스가 리오마조레에서 마나롤라까지 이어진다. 이 코스는 마을 건너편 언덕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커다란 이탈리아 국기가 펄럭이는 언덕 꼭대기까지 발품을 팔면 3D 엽서 같은 마나롤라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뒤를 돌아보면 다음 마을인 코르닐리아의 모습도 마주할 수 있다. 바로 곁으론 지중해에서 밀려온 파도가 철썩거려 이곳을 혼자 찾는 건 죄악으로 느껴질 정도로 과도한 낭만이 피어오른다. 마나롤라엔 레스토랑이 많은 편이니 기왕이면 점심시간 즈음 방문해 싱싱한 해산물 요리와 오징어 튀김을 즐기면 금상첨화다.

왼쪽) 해안 절벽의 마을 마나롤라
오른쪽) 베르나차 해안

여유롭게 와인 한 잔, 코르닐리아

코르닐리아(Corniglia)는 친퀘테레 5인방 중 유일하게 바다와 접하지 않은 마을이다. 산기슭에 위치하고 있어 역에서 내린 뒤 계단을 통해 해발고도를 100미터 가까이 높여야 한다. 마을 초입까지 지그재그로 난 계단의 숫자는 4백 개에 육박하기 때문에 꽤 많은 여행자들이 코르닐리아를 건너뛰곤 한다. 체력을 고려한다면 괜찮다. 하지만 와인 한 모금의 희열을 아는 이에겐 괜찮지 않다.
코르닐리아는 포도를 재배하던 지주의 이름을 따 마을 이름을 지었을 정도로 와인의 성지라 할 수 있다. 마을에 오르면 비탈길을 따라 조성된 계단식 포도밭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남유럽의 따뜻한 햇살을 머금은 채 알알이 맺힌 포도송이를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풍성해진다. 비록 굵은 땀방울을 흩뿌려야 닿을 수 있는 마을이지만 바다를 향해 창을 낸 바에서 달콤쌉싸름한 와인을 입에 머금고 있노라면 모든 수고를 보상받는 기분이다. 미로 같은 마을 골목을 누비며 주민들의 소소한 삶을 엿보는 것도, 툭하면 나타나는 길고양이를 따라다녀 보는 것도 코르닐리아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다.

소박하게 즐기는 해수욕, 베르나차

리오마조레에서 코르닐리아까지 여정을 이어오면서 볼멘소리를 하는 여행자는 거의 없겠지만 그래도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끝없이 바다를 바라볼 수는 있어도 해수욕을 즐길 수 없다는 사실이다. 베르나차(Vernazza)는 그런 갈증을 제한적으로 해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마을에서 바다 쪽으로 낸 방파제 안쪽으로 바닷물이 흘러들어와 아담한 해변이 조성되어 있다. 눈대중으로 봐도 채 50미터가 안 되는 초미니 해수욕장이지만 워낙 작은 마을이고 관광객이 물밀듯이 몰려드는 곳은 아니라 가볍게 수영을 즐기기엔 큰 무리가 없다.
보트 투어와 바다낚시 투어도 있어 나름대로의 액티비티 역시 가능한 마을이다. 베르나차는 아담한 성도 하나 품고 있다. 해안 절벽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건물을 헤치며 마을 꼭대기에 오르면 돌탑의 형상을 하고 있는 도리아 성이 나타난다. 해적의 움직임을 살피기 위해 병사들이 오르던 곳이지만 해적이 사라진 지금은 여행자들의 차지가 되었다. 바다 쪽으로 툭 튀어나온 지점에 건설된 까닭에 이곳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제법 근사하다.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눈으로 좆다보면 멀리서나마 지금까지 거쳐 온 마을들을 조망할 수 있어 자연스레 지난 여정을 복습할 수 있다.

코르닐리아의 포도밭

호사스런 마무리, 몬테로소

친퀘테레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곳은 몬테로소 알 마레(Monterosso al Mare). 통상 줄여서 몬테로소라 불리는 다섯 번째 마을은 덩치로만 따진다면 친퀘테레의 맏형 격이라 할 수 있다. 앞선 네 마을과는 달리 규모가 무척 큰 편이라 리조트와 호텔, 고급 레스토랑과 와인바가 몰려 있다. 마을보단 도시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번잡하니 몬테로소에선 각종 편의시설을 이용하며 호화로움을 누리는 것이 좋다. 스파에서 몸을 지지며 여독을 풀어도 좋고, 몬테로소의 특산물인 레몬을 잔뜩 갈아 넣은 레모네이드를 마시며 책을 읽는 것도 훌륭한 선택이다.
마을 앞으론 길고 긴 모래사장이 펼쳐진다. 파도소리를 음미하며 산책하는 일은 언제나 정답이 아니던가. 기왕이면 하루 이틀 머물며 추억의 양을 늘리기를 바란다. 분명 일상이 퍽퍽해질 때 떠올리면 단비 같은 추억이 되어줄 것이다. 이런저런 일에 한숨을 쉬다가도 스마트폰에 저장된 알록달록한 해안 마을을 꺼내볼 때면 절로 웃음이 나올 테니까.

해안을 따라 콕콕 박힌
다섯 개의 보석,
이탈리아 친퀘테레

이탈리아 북서부, 지중해가 흘러드는 리구리아 해안엔 이탈리아가 꽁꽁 숨겨놓은 보석 같은 다섯 마을이 줄지어 나타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친퀘테레’는 2013년 한 항공사 광고에 등장하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부다페스트와 두브로브니크 등 유럽을 대표하는 거물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한 달쯤 살고 싶은 유럽’ 1위에 선정되었기 때문.
하지만 이는 이변이 아니었다.
웬만한 미사 여구는 가볍게 소화하고도 남을 낭만적인 해안 절벽 마을은 보는 이로 하여금 ‘한 달 살기’를 꿈꾸게 만든다.

태원준(여행작가)

미모는 내가 최고, 리오마조레

이탈리아어로 친퀘는 ‘다섯’, 테레는 ‘마을’을 뜻한다. 문자 그대로 다섯 마을인 친퀘테레의 문을 활짝 열어주는 곳은 리오마조레(Riomaggiore)로, 여행자들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여정을 이어갈 때 만나는 첫 마을이다. 기차역 앞의 짧은 터널만 통과해도 바로 리오마조레의 진가가 나타난다. 좌우로 따닥따닥 붙어있는 파스텔 톤의 네모난 건물들이 모두 다른 색의 옷을 입고 있어 골목길을 걷다 보면 거대한 팔레트 안을 헤매는 느낌이 든다.
예고편 같은 풍경을 지나 바닷가 쪽으로 발걸음을 이어가면 감탄의 강도가 한껏 증폭된다. 일단 거칠게 일렁이는 청록색 바다와 주상절리를 연상케 하는 기묘한 해안 절벽이 가볍게 잽을 날린다. 이어서 절벽 틈마다 아찔하게 자리 잡은 형형색색의 집들이 제대로 카운터펀치를 날린다. 어부들이 사는 것으로 알려진 절벽 위의 집들은 조금 전 보았던 골목길의 그것보다 색이 더 다양하고 채도도 강해 시각적으로 훨씬 강렬하다.
바다와 절벽, 알록달록한 집의 조합은 다섯 마을이 모두 갖춘 기본 덕목이지만, 리오마조레의 조합은 좁은 공간 안에 압축되어 있어 많은 이들이 최고의 풍경으로 꼽는다. 지역 홍보 책자에 단골로 등장하는 것도 당연하다. 친퀘테레가 다섯 명의 멤버로 구성된 아이돌이라 치면 리오마조레에게 센터 역할을 맡겨도 전혀 무리가 없다는 뜻이다.

환상적인 산책로, 마나롤라

리오마조레에게 바통을 이어받는 두 번째 마을 마나롤라(Manarola)는 오랜 역사를 가진 마을이다. 마을 안쪽에 700년 전에 지어진 성당이 있을 정도다. 그 옛날, 해적들의 출몰이 잦던 시절엔 북아프리카의 해적들이 이곳에 자주 침입했다고 전해지는데, 약탈이 목적이 아닌 마을의 아름다움에 반해 정복하러 온 것은 아니었을까 상상도 해봄직하다. 마나롤라의 해안 절벽에 늘어선 집들도 컬러풀하고 사랑스러워 굳이 앞선 마을과 비교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래도 이곳만의 특색을 찾아본다면 절벽을 따라 잘 조성된 산책로다. 이름부터 달달한 ‘사랑의 길’이라는 트레킹 코스가 리오마조레에서 마나롤라까지 이어진다. 이 코스는 마을 건너편 언덕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커다란 이탈리아 국기가 펄럭이는 언덕 꼭대기까지 발품을 팔면 3D 엽서 같은 마나롤라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뒤를 돌아보면 다음 마을인 코르닐리아의 모습도 마주할 수 있다. 바로 곁으론 지중해에서 밀려온 파도가 철썩거려 이곳을 혼자 찾는 건 죄악으로 느껴질 정도로 과도한 낭만이 피어오른다. 마나롤라엔 레스토랑이 많은 편이니 기왕이면 점심시간 즈음 방문해 싱싱한 해산물 요리와 오징어 튀김을 즐기면 금상첨화다.

왼쪽) 해안 절벽의 마을 마나롤라
오른쪽) 베르나차 해안

여유롭게 와인 한 잔, 코르닐리아

코르닐리아(Corniglia)는 친퀘테레 5인방 중 유일하게 바다와 접하지 않은 마을이다. 산기슭에 위치하고 있어 역에서 내린 뒤 계단을 통해 해발고도를 100미터 가까이 높여야 한다. 마을 초입까지 지그재그로 난 계단의 숫자는 4백 개에 육박하기 때문에 꽤 많은 여행자들이 코르닐리아를 건너뛰곤 한다. 체력을 고려한다면 괜찮다. 하지만 와인 한 모금의 희열을 아는 이에겐 괜찮지 않다.
코르닐리아는 포도를 재배하던 지주의 이름을 따 마을 이름을 지었을 정도로 와인의 성지라 할 수 있다. 마을에 오르면 비탈길을 따라 조성된 계단식 포도밭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남유럽의 따뜻한 햇살을 머금은 채 알알이 맺힌 포도송이를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풍성해진다. 비록 굵은 땀방울을 흩뿌려야 닿을 수 있는 마을이지만 바다를 향해 창을 낸 바에서 달콤쌉싸름한 와인을 입에 머금고 있노라면 모든 수고를 보상받는 기분이다. 미로 같은 마을 골목을 누비며 주민들의 소소한 삶을 엿보는 것도, 툭하면 나타나는 길고양이를 따라다녀 보는 것도 코르닐리아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다.

소박하게 즐기는 해수욕, 베르나차

리오마조레에서 코르닐리아까지 여정을 이어오면서 볼멘소리를 하는 여행자는 거의 없겠지만 그래도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끝없이 바다를 바라볼 수는 있어도 해수욕을 즐길 수 없다는 사실이다. 베르나차(Vernazza)는 그런 갈증을 제한적으로 해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마을에서 바다 쪽으로 낸 방파제 안쪽으로 바닷물이 흘러들어와 아담한 해변이 조성되어 있다. 눈대중으로 봐도 채 50미터가 안 되는 초미니 해수욕장이지만 워낙 작은 마을이고 관광객이 물밀듯이 몰려드는 곳은 아니라 가볍게 수영을 즐기기엔 큰 무리가 없다.
보트 투어와 바다낚시 투어도 있어 나름대로의 액티비티 역시 가능한 마을이다. 베르나차는 아담한 성도 하나 품고 있다. 해안 절벽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건물을 헤치며 마을 꼭대기에 오르면 돌탑의 형상을 하고 있는 도리아 성이 나타난다. 해적의 움직임을 살피기 위해 병사들이 오르던 곳이지만 해적이 사라진 지금은 여행자들의 차지가 되었다. 바다 쪽으로 툭 튀어나온 지점에 건설된 까닭에 이곳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제법 근사하다.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눈으로 좆다보면 멀리서나마 지금까지 거쳐 온 마을들을 조망할 수 있어 자연스레 지난 여정을 복습할 수 있다.

코르닐리아의 포도밭

호사스런 마무리, 몬테로소

친퀘테레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곳은 몬테로소 알 마레(Monterosso al Mare). 통상 줄여서 몬테로소라 불리는 다섯 번째 마을은 덩치로만 따진다면 친퀘테레의 맏형 격이라 할 수 있다. 앞선 네 마을과는 달리 규모가 무척 큰 편이라 리조트와 호텔, 고급 레스토랑과 와인바가 몰려 있다. 마을보단 도시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번잡하니 몬테로소에선 각종 편의시설을 이용하며 호화로움을 누리는 것이 좋다. 스파에서 몸을 지지며 여독을 풀어도 좋고, 몬테로소의 특산물인 레몬을 잔뜩 갈아 넣은 레모네이드를 마시며 책을 읽는 것도 훌륭한 선택이다.
마을 앞으론 길고 긴 모래사장이 펼쳐진다. 파도소리를 음미하며 산책하는 일은 언제나 정답이 아니던가. 기왕이면 하루 이틀 머물며 추억의 양을 늘리기를 바란다. 분명 일상이 퍽퍽해질 때 떠올리면 단비 같은 추억이 되어줄 것이다. 이런저런 일에 한숨을 쉬다가도 스마트폰에 저장된 알록달록한 해안 마을을 꺼내볼 때면 절로 웃음이 나올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