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 타고
어른이들의 아지트로!
펍과 게임의 만남,

가학창시절 시험에 망치거나 집에 가기 싫은 날 오락실에 들렀던 경험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한켠에 동전을 쌓아놓고 왼손으로는 조이스틱을 오른손으로는 버튼을 누르며 해가 지는 줄 모르고 몰두하다 엄마의 등짝 스매싱으로 정신이 번쩍 들던 그때. 몇 년 전만 해도 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오락실은 보기 드물어졌지만, ‘PUB 연남오락실’은 펍과 게임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로 어른이들을 과거의 추억 속으로 안내하고 있다.

편집실 사진 이정수

PC 게임보다 오락실 게임이 더 재밌는 이유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월드오브크래프트, 리니지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채로운 PC 게임들이 넘쳐나고 있다. 다양한 음식까지 즐길 수 있는 PC방은 게임 마니아의 안식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PC방이 등장하기 전 게이머들의 안식처는 오락실이었다.
오락실의 역사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일명 벽돌 깨기로 불렸던 아타리 브레이크아웃을 시작으로 스페이스인베이더가 인기를 끌며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이때는 오락실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아 ‘컴퓨터 지능개발실’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기도 했다고 한다.
1980년대 킹오브파이터즈, 철권, 버추어파이터 등의 격투 게임이 등장하면서 오락실은 전성기를 누리기 시작한다. “아도겐~”, “워리어겐~” 등으로 열풍을 일으켰던 스트리트 파이터는 영화로도 만들어질 정도로 인기였다. 남성들이 대전액션게임을 했다면 여성들은 테트리스, 버블보블, 너구리 등의 아기자기한 게임을 선호했다.
1990년대 오락실에서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건 온몸을 사용하며 즐겼던 리듬게임이었다. 일명 DDR이라 불리던 댄스댄스레볼루션과 펌프라고 불리던 펌프잇업의 인기는 대단했다. 젝키의 컴백, 노바소닉의 또다른진심, 모차르트의 터키행진곡까지 장르 불문한 펌프 노래들이 오락실을 쩌렁쩌렁하게 울려댔으며 펌프 장인들의 화려한 발놀림을 보러 모여든 사람들의 모습으로 진풍경을 이뤄내기도 했다. 이렇게 호황을 누리던 오락실은 2000년대 후반부터 조금씩 기울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인형뽑기나 코인노래방에 밀려 그 모습을 찾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미국의 아케이드바가 있다면
한국엔 연남오락실

추억의 레트로 게임을 즐기러 오락실을 검색해보면 분명 오락실인데 피맥(피자+맥주)의 후기가 남겨져 있는 핫플레이스가 하나 눈에 띈다. ‘PUB 연남오락실’은 오락실이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미성년자는 들어갈 수 없는 펍이다. 입을 벌린 노란 팩맨이 반겨주는 입구에 들어서면 한쪽에는 화려한 색의 술병들이 늘어선 바가 자리하고 있고, 또 다른 쪽에는 테이블이 있다. 하지만 이곳의 주인공은 뭐니뭐니해도 게임기. 무려 6대의 오락실용 대형게임기계는 물론 게임팩으로 즐겼던 엑스박스, 닌텐도 Wii와 같은 가정용 TV 게임기, 다트게임, 플레이스테이션4까지 과거부터 현재까지 게임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각종 게임기들이 반짝반짝 불을 밝힌다. 다트를 제외한 이 모든 게임이 다 공짜다.
“미국에 아케이드 게임을 하며 술 한 잔을 할 수 있는 바케이드(Barcade)와 같은 아케이드바가 성행했는데요. 관련 뉴스를 우연히 보게 되었고 한국에도 저런 데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보통 친구들 만나서 펍에 가면 술 마시며 이야기하는 게 다인데, 좀 더 재밌는 공간으로 만들 수 없을까 고민하던 때에 이거다 싶었어요.”
새롭게 가게를 오픈할 계획을 세우던 이상은 대표는 ‘다 같이 모여서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고민하던 중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게임과의 접목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그렇게 게임과 펍이 결합된 ‘PUB 연남오락실’이 탄생하게 되었다.

맛있는 음식, 펍,
게임이 만나 펼쳐진 행복한 세상

2015년에 개업한 ‘PUB 연남오락실’은 1년 반 전에 이곳으로 위치를 옮겨 지금의 모습으로 다듬어 나갔다. 레트로 게임기는 물론 60~70년대 고전 팝이 흘러나오는 뮤직비디오까지 뉴트로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는 이곳은 콘셉트로만 보면 30~40대가 주 고객층일 것 같다. 하지만 의외로 20대 여성이나 데이트하는 커플들이 많이 찾아온다.
“콘셉트는 레트로지만 연남동이라는 위치 때문에 젊은 분들이 많이 찾아주세요. 많이 하는 게임이요? 버블보블, 너구리같은 단순한 게임을 좋아하세요. 요즘 나오는 게임들이 화려하게 만들어져 더 재밌을 것 같지만, 고전게임만의 매력이 분명 있거든요. 개인적으로 고전게임이 더 웰메이드라고 생각해요.”
찾아주는 손님들의 연령대가 낮다보니 메뉴들도 페퍼로니 피자 등의 피자류나 피카츄&떡꼬치, 치즈스틱, 떡볶이닭 등 젊은 층에 맞췄다는 이상은 대표는 새롭게 선보일 소고기 떡볶이(가제)도 현재 연구 중이다. 생맥주는 기본이고, 60여 종류의 칵테일까지 다양한 주류가 준비되어 있는 이곳의 정체성은 분명 펍이 맞았다. 적당히 놀고 가려다가 그 자리에서 다시 2차를 하게 된다는 마성의 공간, ‘PUB 연남오락실’에서 어른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재미를 최대치로 끌어올려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