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보다

불안
먼저 이겨내자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것들을 바꿔 놓았다는 코로나19. 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대인과의 만남 기피, 감염에 대한 공포 등 우리 사회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불안증에 시달리고 있다. 위기는 기회라고 하지 않았는가. 시련 속에서 배운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 시점에서 인간에게 불안은 어떤 것이고 불안을 통해 무엇을 이해할 수 있으며, 불안을 극복해 내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보자.

김경일(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일러스트 이정윤

불안, 인간이 가장 싫어하는 심리상태

심리학자들은 인간이 가장 싫어하는 것을 불안이라고 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왜냐하면 불안은 예견되거나 현재 경험하고 있는 고통을 극대화시키는 증폭제의 힘을 지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관련 조사에 따르면 치열한 전투 후 응급치료를 받고 후송 대기 중인 병사들은 약 25%만이 진통제를 요구한다. 하지만 비슷한 상처를 입은 일반 병원의 수술환자들은 80%가 넘는 비율로 진통제를 요구한다. 왜 이런 극단적 차이가 날까? 물리적으로는 비슷한 고통이라도 후송되는 병사들의 안도감이 고통을 덜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불안한 상태에서는 같은 상처라도 더 고통스럽다. 이렇듯 어떤 일을 하거나 경험하기 전에 조성된 불안의 정도는 그것과 무관한 일이라도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지금의 일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직전까지의 불안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는 간과하기 십상이다.
불안은 언제 커질까? 모호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다. 이런 상황에서는 불안이 극대화된다. 생각해 보시라. 공포영화가 왜 무서운가? 영화 속에서 귀신이나 괴물이 언제 나오는지 모르는 불확실함 때문이다.
만약 공포영화를 이런 화면에서 본다면 어떨까? 화면 상단에 ‘10, 9, 8…3, 2, 1!’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그리고 카운트다운이 끝나면 귀신이 나온다. 이런 식으로 만들면 아무도 공포영화를 무서워하지 않을 것이다. 불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 인간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안이고 그 불안이 가장 커지는 것은 불확실한 상황에서다.

불안할수록 구체적인 것을 잘 보는 인간

대니얼 엘즈버그(Daniel Ellsberg)라는 유명한 학자가 실험을 한 적이 있다. 단지에 90개의 공이 담겨 있다. 빨간공이 30개, 나머지 60개는 까만공이거나 노란공이다. 정리하자면 빨간공의 수는 확실하고 까만공과 노란공의 수는 불확실하다. 게임의 규칙은 먼저 공의 색깔을 말한 뒤 단지에서 공을 뽑아 색깔이 일치하면 돈을 받는 것이다. 이 게임에서 빨간공과 까만공 중 선택하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빨간공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다음 게임으로 넘어가보자. 이번에는 ‘빨간공 혹은 노란공’과 ‘까만공 혹은 노란공’ 중에 선택하는 것이다. 이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까만공 혹은 노란공’을 선택한다. 그런데 이는 매우 우스운 일이다. 첫 번째 게임에서 빨간공이라고 한 것은 까만공이 30개보다 적다고 가정한 것이다. 이는 노란공이 30개보다 많다는 가정으로 연결되고, 빨간공과 노란공을 합하면 60개가 넘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사람들은 확실하게 60개라는 수를 알고 있는 ‘까만공 혹은 노란공’을 선택한다. 왜일까? 여기에는 불확실함에 대한 기피라는 인간의 근본적 속성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눈에 들어오고 선호된다. 이런 경향은 불안한 상황에서 더욱 높아진다. 하지만 오히려 이점을 역이용할 수 있다.
불안은 무조건 나쁜 것인가? 그렇지 않다. 불안은 인간으로 하여금 어떤 일을 더 잘하게 만들 수 있다. 불확실함의 반대가 무엇인가? 바로 분명함이다. 따라서 불안은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일을 할 때 더 궁합이 맞는다. 마라톤을 생각해 보자. 처음 출발할 때는 많은 것들이 모호하고 불확실하다. 하지만 결승점을 볼 수 있는 메인 스타디움에 들어서면 모든 것이 확실해진다. 그래서 그렇게 지쳐있던 선수들이 더 힘낼 수 있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불확실함에 기초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미래지향적인 일’과 ‘목적으로 다가온 긴급한 일’이 있다. 이 중 ‘목전으로 다가온 긴급한 일’을 처리하기에는 불안할 때가 최적의 시기다. 이런 때 평소에 방치해 놓았던 마무리가 안 되었던 일들, 작고 구체적인 일들을 찾아보자. 그리고 평소보다 일을 더 잘게 쪼개서 계획해보자. 그래야 구체적이고 확실한 측면들이 더 눈에 잘 들어올 것이다. 불안은 기준이 높을 때 더 커진다. 높은 기준이 지금 하는 일들을 모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니 기준을 낮춰서 해보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시켜보자. 그러면 행동에 옮길 마음이 생기기 시작하며 결과도 상대적으로 성공적이다. 그리고 이때 느끼는 작은 성취감이 상당한 회복제와 용기가 된다.
불안은 인간에게 가장 힘든 상태이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하게 만드는 중요한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시험이 내일인데 불안하지 않다면 우리는 공부를 하지 않는다. 코앞에 다가온 보고서나 기획안도 불안하지 않다면 열심히 하지 않는다. 불안할 때는 시야가 좁아지게 되어 그 안의 작고 구체적인 일들을 잘할 수 있게 된다. 개별적인 사항의 암기나 작성에 힘을 쏟을 수 있게 된다. 지금 자신과 주위가 불안하다면 그저 넋을 놓고 걱정과 근심을 되풀이 하거나 방황하지 말고 그동안 놓쳤던 작은 일들을 하나하나 해보는 것이 좋다. 그 일들은 즐겁거나 평온한 상태에서는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떠오르지도 않은 일들일 것이다. 이런 일들을 해내면서 또 다른 성취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으며 그 결과 다시금 불안으로부터 벗어날 준비를 할 수 있다. 인간사, 좋을 때 잘 되는 일과 나쁠 때 잘 되는 일이 따로 있다니 참으로 오묘한 것이다.

불안할수록 구체적인 것을 잘 보는 인간

대니얼 엘즈버그(Daniel Ellsberg)라는 유명한 학자가 실험을 한 적이 있다. 단지에 90개의 공이 담겨 있다. 빨간공이 30개, 나머지 60개는 까만공이거나 노란공이다. 정리하자면 빨간공의 수는 확실하고 까만공과 노란공의 수는 불확실하다. 게임의 규칙은 먼저 공의 색깔을 말한 뒤 단지에서 공을 뽑아 색깔이 일치하면 돈을 받는 것이다. 이 게임에서 빨간공과 까만공 중 선택하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빨간공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다음 게임으로 넘어가보자. 이번에는 ‘빨간공 혹은 노란공’과 ‘까만공 혹은 노란공’ 중에 선택하는 것이다. 이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까만공 혹은 노란공’을 선택한다. 그런데 이는 매우 우스운 일이다. 첫 번째 게임에서 빨간공이라고 한 것은 까만공이 30개보다 적다고 가정한 것이다. 이는 노란공이 30개보다 많다는 가정으로 연결되고, 빨간공과 노란공을 합하면 60개가 넘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사람들은 확실하게 60개라는 수를 알고 있는 ‘까만공 혹은 노란공’을 선택한다. 왜일까? 여기에는 불확실함에 대한 기피라는 인간의 근본적 속성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눈에 들어오고 선호된다. 이런 경향은 불안한 상황에서 더욱 높아진다. 하지만 오히려 이점을 역이용할 수 있다.
불안은 무조건 나쁜 것인가? 그렇지 않다. 불안은 인간으로 하여금 어떤 일을 더 잘하게 만들 수 있다. 불확실함의 반대가 무엇인가? 바로 분명함이다. 따라서 불안은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일을 할 때 더 궁합이 맞는다. 마라톤을 생각해 보자. 처음 출발할 때는 많은 것들이 모호하고 불확실하다. 하지만 결승점을 볼 수 있는 메인 스타디움에 들어서면 모든 것이 확실해진다. 그래서 그렇게 지쳐있던 선수들이 더 힘낼 수 있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불확실함에 기초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미래지향적인 일’과 ‘목적으로 다가온 긴급한 일’이 있다. 이 중 ‘목전으로 다가온 긴급한 일’을 처리하기에는 불안할 때가 최적의 시기다. 이런 때 평소에 방치해 놓았던 마무리가 안 되었던 일들, 작고 구체적인 일들을 찾아보자. 그리고 평소보다 일을 더 잘게 쪼개서 계획해보자. 그래야 구체적이고 확실한 측면들이 더 눈에 잘 들어올 것이다. 불안은 기준이 높을 때 더 커진다. 높은 기준이 지금 하는 일들을 모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니 기준을 낮춰서 해보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시켜보자. 그러면 행동에 옮길 마음이 생기기 시작하며 결과도 상대적으로 성공적이다. 그리고 이때 느끼는 작은 성취감이 상당한 회복제와 용기가 된다.
불안은 인간에게 가장 힘든 상태이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하게 만드는 중요한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시험이 내일인데 불안하지 않다면 우리는 공부를 하지 않는다. 코앞에 다가온 보고서나 기획안도 불안하지 않다면 열심히 하지 않는다. 불안할 때는 시야가 좁아지게 되어 그 안의 작고 구체적인 일들을 잘할 수 있게 된다. 개별적인 사항의 암기나 작성에 힘을 쏟을 수 있게 된다. 지금 자신과 주위가 불안하다면 그저 넋을 놓고 걱정과 근심을 되풀이 하거나 방황하지 말고 그동안 놓쳤던 작은 일들을 하나하나 해보는 것이 좋다. 그 일들은 즐겁거나 평온한 상태에서는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떠오르지도 않은 일들일 것이다. 이런 일들을 해내면서 또 다른 성취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으며 그 결과 다시금 불안으로부터 벗어날 준비를 할 수 있다. 인간사, 좋을 때 잘 되는 일과 나쁠 때 잘 되는 일이 따로 있다니 참으로 오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