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도 남는 게 없다는 문학,

이렇게
읽어보는 건 어떨까!

필자는 전형적인 좌뇌형 인간이다. 논리와 합리를 중요시여기며 인간이 이성적 존재라 믿는다.
그래서 감성적인 이야기를 싫어한다. 소설이나 시, 에세이 같은 문학류는
거의 보지 않았다. 어쩌다 책을 구입해도 책장에 꽂아두고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전안나(하루한권책읽기 8년차, <1천권 독서법> 저자)

문학을 읽어도 남는 게 없다고 얘기하는 사람들

그러다 문학 작품을 본격적으로 읽게 된 것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이 말이 계기가 되어서다.
“소설 속에서는 생활에서 우리가 겪지 못하는 많은 인간을 실제 이상으로 실감나게 겪을 수 있다. 소설에는 인간의 심리가 자세히 묘사되어 있는데, 비즈니스는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다. 그러니 우리는 소설을 읽어야 한다.”
사회적 네트워크를 벗어나서 살 수 없는 현대인들은 소설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비밀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에 자극을 받아 문학 독서를 하다 보면 더욱 성숙한 눈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왜 책이 자신의 지식으로 남지 않는 걸까

책을 읽어도 남는 것이 없다고들 한다. 이는 기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책을 읽었다면 그 내용을 반드시 기록해야 한다. 사람의 기억 용량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록하고 상기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책의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고, 언제든 활용 가능한 배경지식으로 삼을 수 있다.
독서 내용을 기록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책에 별표나 느낌표, 물음표 등의 부호를 표시할 수도 있고, 본문 옆에 느낀 점을 적을 수도 있다. 포스트잇을 붙이거나 모서리 부분을 접어서 언제든 찾아볼 수 있게 하는 것도 좋다. 필자는 책에 밑줄을 치면서 읽고, 저자가 주장하는 주요 내용이나 느낀 점, 삶에 적용할 부분은 따로 필사 한다. 보통 손으로 직접 쓰는 수기 필사를 좋아하지만, 독서 앱이나 SNS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같은 책을 읽어도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른 이유는
바로 머릿속의 배경지식과
논리 회로가 다르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득이 되는 문학을 선택하는 방법

독서는 단순히 글자를 읽는 행위가 아니다.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생각하고 정리하면서 내게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저장하는 복잡한 활동이다. 같은 책을 읽어도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른 이유는 바로 머릿속의 배경지식과 논리 회로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야 한다. 수준에 맞는 책이 바로 좋은 책이다.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

베스트셀러는 많은 독자로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은 책이다. 출판사의 마케팅이나 저자 브랜드, 시기적 특수성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지만, 그래도 선뜻 골랐을 때 후회할 확률이 가장 적다. 또한 베스트셀러는 그 사회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척도 가운데 하나다. 독서 초보자는 베스트셀러부터 고르는 것이 편하다. 하지만 오랜 경험으로 보건데 베스트셀러가 좋은 책으로 이어질 확률은 50% 정도다. 좋은 책이야 당연히 베스트셀러가 될 자격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책인데도 판매 순위가 높은 경우엔 출판사의 마케팅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런 까닭에 독서 초보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스테디셀러를 추천한다. 오랜 세월 독자들의 선택을 받아온 책들은 기본적으로 내용이 탄탄하다. 그리고 실제 삶에 적용할 만한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

학창 시절 교과서 수록 도서

어린 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라면 요즘 교과서에 나오는 고전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아이와 함께 읽어보는 것도 좋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보았던 필독서들을 찾아보자. 졸업한 뒤로는 아예 잊고 지내던 작품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그 작품들이 왜 고전으로 불리는지 어른이 된 후에는 이해할 수 있다. 고전 문학 작품의 경우, 해당 분야에 여러 권의 책이 있다면 출간일이 가장 늦은 책을 사자. 보통 최근에 만든 책일수록 글자 크기와 간격, 종이질이 좋고 가독성이 높다.

작가 독서

좋아하는 연예인이 생기면 그가 나오는 모든 작품을 찾아보듯, 마음에 드는 작가가 생기면 그 작가가 쓴 작품을 모두 찾아보는 방법이 ‘작가 독서’이다. 작가 중심 독서의 장점은 작가가 속한 사회·문화적 배경을 작품을 통해 이해할 수 있고, 작가가 가진 사상과 철학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작가 특유의 어법과 문체를 꿰뚫어 봄으로써 안목을 가진 찐 독자로 거듭날 수도 있다.

흥미를 가지고 문학을 읽을 수 있는 노하우

뒤에서부터 읽는다

대부분의 책이 앞에서부터 읽어야 이해하기 쉽다. 저자와 출판 편집자들 역시 책을 만들 때 독자들이 당연히 앞에서부터 읽을 거라고 생각하고 작업한다. 집필 의도를 밝히는 서문이나 읽는 순서를 안내하는 목차가 항상 책 앞에 있는 것도 같은 까닭이다. 대부분 책이 기승전결의 구조를 취하고 있으며, 전문 용어에 대한 개념 설명도 앞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모든 책이 다 그런 건 아니다. 특히 등장인물이 많은 장편 소설의 경우 뒤에서부터 읽는 방법을 추천한다. 김이 좀 빠질 수도 있지만, 등장인물을 익히고 독서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드라마를 볼 때 주연과 조연이 누구인지 알면 극의 흐름을 더 빨리 파악할 수 있듯이, 소설도 결말에 등장하는 주인공을 파악하면 훨씬 더 깊이 있는 독서가 가능하다.

영화 보듯 쓰윽 읽는다

사람들은 너무 엄격한 태도로 책을 읽는다. 그러나 책은 쉽고 편하게 읽는 게 좋다. 영화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수백 번 각본을 다듬는다. 배우들의 행동과 대화가 관객들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킬지 계산해서 플롯을 구성한다. 하지만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이런걸 신경 쓰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집중한다.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머릿속엔 감동적이었던 몇 장면과 주인공의 대사만 남을 뿐이다. 아무리 재미있는 책도 잘 읽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면 시험 문제와 다를 바 없다. 꼼꼼히 이해해야 하는 책이라 면 다시 읽으면 된다. 기억하자. 책도 영화 보듯이 쓰윽 읽으면 된다.

다시 읽거나 버리거나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읽으면 처음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책은 작가의 말이 독자의 몸을 통과해나가는 과정이다. 독자가 어떤 필터를 가지고 읽느냐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전리품도 다르다. 독자가 달라지면 책의 내용도 달라진다. 처음 읽었을 때 별로였던 책도 다시 읽으면 좋은 경우가 많다. 이해하기 어려운 책은 시간을 두고 읽으면 좋다. 그래도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라면 과감하게 처분하자. 자신을 탓할 필요는 없다. 여러 번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책은 자신과 맞지 않는 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