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은 ‘독한 감기’가 아닙니다!

5, 6월까지 유행,
예방 주사
지금이라도 맞으세요

춥고 건조한 겨울 날씨에 남녀노소 모두 면역력이
약해지기 쉽다. 이럴 때 흔히 ‘독감’으로 불리는 인플루엔자
감염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독감을
비슷한 급성 호흡기질환인 감기와 혼동하는데, 독감은
‘독한(毒) 감기(感)’가 아니다. 감기에 걸리게 하는
바이러스의 종류는 200여가지가 넘지만 독감의
원인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하나다.
글 민태원(국민일보 사회부 부장, 의학전문기자)

독감은 ‘독한 감기’가
아닙니다!

5, 6월까지 유행,
예방 주사
지금이라도 맞으세요

춥고 건조한 겨울 날씨에 남녀노소 모두 면역력이 약해지기 쉽다. 이럴 때 흔히 ‘독감’으로 불리는 인플루엔자 감염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독감을 비슷한 급성 호흡기질환인 감기와 혼동하는데, 독감은 ‘독한(毒) 감기(感)’가 아니다. 감기에 걸리게 하는 바이러스의 종류는 200여가지가 넘지만 독감의 원인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하나다.
글 민태원(국민일보 사회부 부장, 의학전문기자)

독감, 왜 유행하나

독감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A, B, C형이 있는데 실제로 크게 문제가 되는 유형은 A형과 B형이다. 두 유형 모두 중증의 경과를 보일 수 있으며 모든 연령에 감염을 야기한다. A형 바이러스는 표면 항원에 따라 다양한 아형이 유행하는데, 사람에서는 A/H1N1과 A/H3N2가 주로 감염된다. B형 바이러스는 주로 어린이에서 감염을 일으킨다. 항원형에 따라 빅토리아형과 야마가타형 두 가지 계통으로 나눠진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기침, 재채기 등을 통해 사람끼리 전염된다. 기침이나 재채기에 의해 다른 사람이나 물체에 묻은 비말(물방울)을 만진 손을 씻지 않고 눈, 입 또는 코를 만질 경우 감염될 수 있다. 감기보다 합병증을 잘 일으켜서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국에서 지난 20년 사이 독감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자가 약 50만명이라고 하니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노인이나 어린이, 다른 병이 있는 사람에겐 결코 가벼운 병이 아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항원성이 일정치 않고 계속해서 변신한다.
이 때문에 모든 사람이 하나의 바이러스에 면역을 얻었다 하더라도 다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돼 또다시 독감에 걸릴 수 있다.
인플루엔자는 몇 년 또는 십여 년을 두고 계속 변신해서 항원이 바뀌기 때문에 한번 면역이 되더라도 다음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 바이러스 감염을 막으려면 예방접종을 다시 해야 한다. 특히 A형 바이러스는 구조적으로 변이를 잘 일으켜 새로운 종으로 변하기 때문에 누구든 면역력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독감의 셀프 조치 & 치료법

대부분의 건강한 사람들은 휴식을 취하거나 물 등을 충분히 마시고 열을 내리게 하는 처치를 받으면 독감 증상이 한결 나아진다. 두통이나 열, 기침 등은 두통약, 해열제, 기침약 등을 써서 증상을 덜 수 있다. 면역력을 높여주는 홍삼이나 대추, 생강 등을 차로 만들어 마시거나 비타민C의 섭취도 도움이 된다.
이런 셀프 조치가 소용없다면 의사에게 항바이러스제를 처방받아야 한다. 독감은 증상이 발생한 후 24시간 안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면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다. 만일 호흡 곤란이 있거나 이틀 이상 증상이 계속되면 흉부X선 촬영이 필요하다. 영상 검사에서 폐렴이 확인되면 항생제를 처방받아 복용해야 한다. 합병증 위험이 큰 고위험군은 독감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의사 진찰을 받는 게 좋다. 실제 인플루엔자 유행 지역에서 독감으로 인한 폐렴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다.
예방 주사를 맞았는데도 독감에 걸렸다면 치료제를 써야 한다. 독감 치료제는 먹는 약, 흡입하는 약, 주사제로 나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치료제는 먹는 약으로, ‘오셀타미비르’라는 성분을 쓴다. ‘타미플루’라는 상품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제네릭 의약품(복제약)도 많이 허가돼 있다. 흡입약은 ‘자나미비르’ 성분을 쓰고 주사제는 ‘페라미비르’ 성분을 주로 쓰지만, 먹는 약에 비해 많이 쓰이지는 않는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감염 후 72시간 내에 몸에 신호가 온다. 발열 등 초기 증상이 나타나면 가급적 48시간 이내에 치료제를 써야 한다. 먹는 약은 보통 하루 2회씩 5일간 처방
하는데, 주사제는 한 번만 맞으면 된다. 먹는 약의 경우 증상이 나아지더라도 임의로 끊지 말고 처방받은 만큼 계속 먹는 것이 좋다.

독감 예방을 위해선
백신 접종이 우선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예방 접종이 인플루엔자
감염을 완벽하게 예방할 순
없지만 최선의 예방
수단으로 권고하고 있다.

독감 치료제의 부작용도 주의

독감 치료제를 복용한 후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구토, 설사, 어지러움, 소화불량, 두통 등 대부분 경미한 수준이지만 드물게 어린이·청소년의 경우 경련이나 섬망(환각, 초조, 떨림 증상을 보임) 등 신경정신계 이상 반응이 나타나고 추락 등 사고에 이르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다만, 이런 증상이 독감약에 의한 것인지는 과학적으로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따라서 어린이·청소년의 경우 복용 후 보호자가 적어도 이틀간은 함께 지내면서, 혹시 이상 행동을 보이는지 지켜봐 줄 필요가 있다. 노인의 경우 독감 치료제 부작용으로 콩팥 및 간 기능이 감소되고 여러 지병을 앓게 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독감 치료제 부작용이 의심된다면 의사 또는 약사와 꼭 상담해야 한다.

독감 예방, 백신 접종이 우선이다

독감 예방을 위해선 백신 접종이 우선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예방 접종이 인플루엔자 감염을 완벽하게 예방할 순 없지만 최선의 예방 수단으로 권고하고 있다. 예방 접종 후 약 2주가 지나면 방어 항체가 형성된다. 물론 예방 주사를 맞기 전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독감에 걸릴 수 있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 백신에 포함된 바이러스주와 유행 바이러스가 일치할 때 약 70~90%의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감 예방 백신은 3가 백신과 4가 백신이 나와 있다. 정부의 무료 지원(국가예방접종)을 받는 독감 백신은 3가 백신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번 절기에 북반구에서 유행할 것으로 예측한 3종의 바이러스(A형 2종, B형 1종)를 방어할 수 있는 백신이다. A형은 H1N1, H3N2이며 B형은 ‘빅토리아’ 바이러스다.
지난 2018~2019절기에는 A형인 H1N1 바이러스가 11월 말부터 유행하고 2월 이후에는 B형이 유행했다. 2019~2020절기 독감의 유행 패턴을 정확히 예측하긴 어렵지만 직전 절기에 H1N1이 유행했으므로 이번엔 A형의 경우 H3N2가 유행할 가능성이 높고 B형도 같이 유행할 가능성이 높다.
B형의 경우 백신에 포함된 빅토리아형이 유행하면 어느 정도 예방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또 다른 B형인 ‘야마가타’ 바이러스가 유행한다면 방어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기존 3가 백신에 ‘야마가타형’까지 4종의 바이러스를 방어할 수 있는 ‘4가 백신’으로 국가 예방접종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정부도 2020~2021절기부터 4가 백신 접종을 무료로 지원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