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순조로운 시작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아침부터 모여 우려낸 진한 국물에 정성이 담뿍 담겼다. 이날을 위해 닷새 동안 쌀을 불리고 뽑아 말린 떡이 아낌없이 들어가니 사방에 온정의 기운이 퍼진다. 1월 9일, 경주시 우성새마을금고와 여성회가 참여한 ‘우성새마을금고 여성회와 함께하는 사랑의 떡국 잔치(이하 사랑의 떡국 잔치)’가 전하는 따스한 풍경이다.
글 오민영 사진 안지섭

온정이 가득 담긴
사랑의
떡국 한 그릇

경주시 우성새마을금고
여성회와 함께하는
사랑의 떡국 잔치

‘나눔MG’ 취재 영상 보러가기 ➔

떡국을 나르는 우성새마을금고 임정희 이사장

사랑의 좀도리운동에서 남은 쌀, 소외계층과 나눌 떡국으로 재탄생

일 년에 한 번 새해를 여는 사랑의 떡국 잔치 날이다. 커다란 냄비를 불 위에 올리고, 일사불란하게 재료를 옮기는 걸음이 분주하다. 주방에서 한창 부지런히 일하던 우성새마을금고 여성회 회원 20명의 얼굴이 별안간 밝아졌다. 직접 만든 특별한 떡이 상자에 가득 실려 등장한 까닭이다. 두 팔 벌려 떡을 안아 든 김선영 회장이 환히 웃음 짓는다.
“새마을금고가 연말마다 십시일반으로 쌀을 거둬 소외계층과 불우이웃에 전하는 사랑의 좀도리 운동을 시행하잖아요. 우리 우성새마을금고에선 이 활동을 한 후 남은 쌀을 모아서 떡을 만들어 사랑의 떡국 잔치에 쓰고 있어요.”
물론 손은 많이 간다. 매년 11월에 여는 ‘우성새마을금고 여성회와 함께하는 사랑의 점심 나눔 오늘은 짜장면 데이(Day)!’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된 활동이다. 하지만 경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300여명의 장애인이 행복한 한 끼를 즐길 수 있으니 마음만은 흡족하다.

올해 10년 차,
사랑의 떡국 잔치는 늘 인기 만점!

냄비 위로 뜨거운 김이 올라올 즈음, 잔치를 도울 새로운 일손이 도착했다. 바로 우성새마을금고의 임정희 이사장과 김은영 주임, 김희정 주임이다. 겨우 인사만 나누고는 서둘러 앞치마를 두른다. 두 팔을 걷어붙인 임정희 이사장을 필두로 김은영 주임, 김희정주임이 떡국과 김치를 나르자 그릇을 꺼내 음식을 담는 여성회 회원들의 손길이 바빠졌다. 넉넉잡아 준비한 400인분의 떡국이 동나는 건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얼마나 맛있는지 더 달라는 주문이 쇄도하는 바람에 잠시 숨을 고를 여유조차 없다. 간식으로 나온 귤 역시 인기 만점이다.
우성새마을금고와 여성회가 서로 안부를 물으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나누는 시간은 열심히 일하고 설거지까지 마무리한 다음에야 주어졌다. 뒤늦게 둘러앉아 나누는 떡국 한 그릇에 정이 오가는 가운데 임정희 이사장이 여성회의 노고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우성새마을금고 여성회는 지난 2009년에 발족해 매주 경주시의 노인종합복지관, 종합사회복지관, 장애인종합복지관 등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어요. 2011년부터 사랑의 떡국 잔치와 사랑의 점심 나눔을 시행하고 있죠. 더불어 지역 내 각종 행사에 동참해 우성새마을금고의 명성을 드높이고 있습니다. 이에 항상 감사하며 우리 또한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있답니다.”
이에 부끄럽다고 손사래를 치면서 더욱 노력해야겠다고 덧붙인 김선영 회장은 우성새마을금고가 새겨진 명찰을 한쪽 가슴에 달고 봉사하는 만큼, 금고를 빛낼 수 있는 여성회로 자리매김하겠다고 전했다.

우성새마을금고의 이름으로 나누는
온기의 의미

그렇다면 우성새마을금고에 봉사활동이란 어떤 의미일까. 임정희 이사장과 김은영 주임, 김희정 주임은 금고와 여성회, 그리고 지역이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는 원동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여성회 서필남 총무는 김선영 회장의 앞치마 주머니를 살짝 들어 보이더니 답한다.
“이 안에 사탕이랑 과자 보이시죠? 사랑의 떡국 잔치를 한 번 치르고 나면 어김없이 우리 앞치마 주머니가 묵직해져요. 떡국 나르는 동안 장애인들이 아껴둔 간식을 몰래 넣어주거든요. 얼마나 귀한 마음이에요.”
그 말에 동의하며 함께했던 모든 이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사랑과 온기를 나누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통할 수밖에 없다. 우성새마을금고라는 이름으로 하나로 뭉친 이들은 사랑의 떡국 잔치로 뜻깊은 경자년(庚子年)을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