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하는’
2020년을 꿈꾸며

짧은 시에 녹인 유쾌한 위트
작가 하상욱

SNS를 넘어 대중 사이에서 시(詩) 팔이, 시 잉여송라이터, 시 팝(POP) 가수로 불리는 이가 있다.
두세줄에 불과한 짧은 시에 유쾌한 위트와 허를 찌르는 풍자를 담아내는 하상욱 작가다.
<서울 시 1·2>, <시 읽는 밤 : 시밤>, <어설픈 위로받기 : 시로> 등에 이어 지난해 7월, 카카오프렌즈의
귀여운 오리 캐릭터 튜브와의 콜래보레이션으로 <튜브, 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를 선보였다.
기발한 시로 대중들의 마음에 득을 주는 하상욱 작가를 만나보았다.

글 오민영 사진 안지섭

 Q 
만나 뵙게 돼 반갑습니다. 하상욱 작가님이 쓴 코믹하고 재치 넘치는 시에 공감하는 온·오프라인 팬이 많은데요. 처음 SNS에 글을 올린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특별한 계기는 없었어요. 그저 퇴근하고 나서 SNS에 들어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보다가 문득 떠오른 제 생각을 시로 썼는데 많은 이가 ‘좋아요’를 눌러주니 재미있고 신기했죠.
그렇게 SNS에 ‘좋아요’를 눌러주는 이들을 보며 시를 쓰는 일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어요. 이처럼 대중이 반응을 보여주고 의미를 곱씹어보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즐겁고 좋아요.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자극’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거죠. 예전엔 세고 통쾌한 글을 쓰고 싶었다면 지금은 부드럽게 스며드는 방식에 대해 고민해요. 그저 세기만 한 시는 언젠가 독자를 지치게 만들거든요. 저보다 더 강하게 표현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테고요. 점차 나이가 차면서 세상을 보는 태도가 바뀌니 그에 맞춰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보고자 해요.

 Q 
시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리는지요?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땐 계속 생각을 거듭하고 그야말로 쥐어짜 내는 거죠. 평소 생활하면서도 좋은 아이디어가 없을까 항상 염두에 두고 주위에서 기발한 발상을 찾아내려고 노력하고요. 그러고 보면 분야를 막론하고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과정은 다들 비슷한 듯해요. 오죽하면 ‘창작의 고통’이라는 말이 있겠어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이 조금 버겁더라도 어떻게든 끝까지 달리고자 노력합니다. 그 외엔 왕도(王道)가 없으니까요.

PROFILE

스스로를 시인이 아닌 ‘시팔이’라고 부르는 작가. 리디북스에서 기획자로 일하면서 페이스북에 시를 올리기 시작했다. 디지털 싱글 ‘회사는 가야지’ 등을 발표하며 싱어송라이터로서, 또한 방송인으로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Q 
지난 7월에 발간한 <튜브, 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에 수록한 시는 작가님 특유의 위로와 재치를 더해 뭉클한 감동은 물론 속시원한 기분까지 전하고 있습니다. 책을 통해서 독자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물론 완전히 동일하진 않겠지만, 상당히 비슷하거든요. 자신이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대상, 힘든 이유 등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거란 말이죠. 그런데 힘에 겨울 때 오로지 나라는 존재에만 집중하고 있으면 더욱 외롭게 생각되기 마련이에요.
그렇다고 인생 살기 힘든 건 다 같으니 참으란 의미는 절대 아니고요. 우리 모두 힘든 건 매한가지라는 사실을 알고 있자는 일종의 위로라고나 할까요. <튜브, 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의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혼자만 혼자가 아니니까’라는 시와 일맥상통하는 셈이죠.
문득 예전에 제가 쓴 시 중 ‘모두 잠든 후에 / 같은 건 없어’가 생각나네요. 정말로 ‘모두’가 잠든 후는 없어요. 늦은 밤일지라도 이 광활한 세상에 누군가는 깨어 있습니다. 그러니 우린 혼자가 아닙니다.

 Q 
이번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시가 있다면요?

일부러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으려고 책의 뒤표지에 넣었는데요. ‘왜 자꾸 힘내래 / 힘 빼고 살 건데’라는 시가 가장 맘에 들어요.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아우르는 핵심이 있다면 바로 이거 아닐까요.
물론 누구에게나 힘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힘이 나면 좋겠지만, 없는 걸 억지로 짜낸다는 건 오히려 힘들지 않을까 생각해요. 자신에게 없는 힘을 뽑아내느라 지치기보단 꼭 힘낼 필요가 있는지 자문해 보는 거죠.

 Q 
신간 발행 기념으로 ‘찾아가는 사인회’를 열었다고 들었습니다.

출판사에서 기획하는 사인회는 정말 많은 독자가 오세요. 대체로 100명에서 그 이상까지 만나는 이벤트다 보니 자연스레 판매 부수가 느는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이러한 기회를 통해 독자를 만나면서 뭔가 아쉬운 거예요. 서로 짧은 시간을 마주할 뿐인데 저를 보러 와달라고 청하는 게 맞는지, 또 제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거듭 생각해 봤죠. 고민 끝에 책이 나온 기념으로 독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서 깊은 시간을 나눠봐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물론 대형 행사만큼 판매량이 늘진 않겠지만요. 하하.
파주와 안동에서 각각 한번씩 총 두 차례의 만남을 가졌습니다. 특히 파주 지역에서 열린 ‘찾아가는 사인회’는 편의점에서 진행했는데요. 팬이 편의점 직원이라서 고객이 오시면 응대가 먼저였거든요. 이야기 나눌 만하면 고객이 계산해달라고 하는 바람에 기다린 시간을 합하면 20~30분 정도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1시간 동안 책에 대해 다양하게 대화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실 찾아가는 사인회는 보통의 행사보다 훨씬 힘들어요. 마음을 쓰고 일대일 대화에 성의를 다해야 하니까요. 그래도 새 책이 나오면 또 해보려고요. 다만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점점 진화해 가야죠.

 Q 
작가이자 가수, 강연자로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이 가운데 어떤 게 가장 적성에 맞고 행복한가요?

글을 쓰는 일이 주업인 건 맞는데 그게 곧 정체성은 아니에요. 이야기하는 게 좋고, 노래 만들고 싶고 제가 하는 모든 게 다 소중하거든요. 하나에만 포커스를 맞추면 나머지는 서브로 여겨질 수 있는 만큼 어느 하나로 저를 표현하고 싶진 않습니다. 어느 날 노래만 만드는 하상욱이 된다고 해도 괜찮아요.

 Q 
의 1월호 테마가 ‘득이 되는 말과 글’입니다. 그렇다면 작가님의 삶에서 가장 득이 되는 말과 글은 무엇이었는지요?

제 삶에 있어 득이 되는 말과 글은 제가 쓴 글이에요. 경제생활을 하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원천이니까요. 단, 그 내용이 지금은 득이지만, 언젠가 해로 돌아올 수도 있는 만큼 신중한 마음가짐으로 써야죠. 작가라는 직업으로서 충실하면서 소중하게 지켜야 하는 존재가 바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글은 제 마음을 채워줄 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들과 공감을 나눌 수 있고, 계속해서 이어지도록 노력해야 하는 가치입니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밝혀주신다면요?

이제껏 해왔던 작업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나갈 거예요. 또, 원래 2019년에 노래를 발표할 예정이었는데 피치 못할 사정으로 올해 12월에 발매할 계획이에요. 아마 실제로 나올 때쯤이면 다들 잊고 있을 텐데, 기억나는 분들은 반가워해 주세요.